[비즈니스포스트]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한화솔루션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추진하는 한화그룹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사업구조를 방산과 태양광을 핵심 축으로 다시 짜고 있는데 방산 사업의 마지막 퍼즐조각인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노조의 현장 실사 수용으로 큰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방산 '마지막 퍼즐' 확보, 김동관 사업구조 재편 힘 받는다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한화솔루션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방산과 태양광을 두 축으로 하는 한화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 축인 태양광 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투자비 마련, 중동에서 사업기회 모색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좋은 환경을 착실히 조성해가고 있다.

17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3월 한화의 방산 부문을 추가로 인수합병하며 그룹의 방산사업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한데 모으는 재편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하게 된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일 방산 자회사인 한화디펜스와 합병을 매듭짓기도 했다.

이달 초 한화디펜스가 폴란드 정부와 5조 원 규모의 다연장로켓 천무 1차 수출물량 확정 계약을 맺을 때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구조 재편을 염두에 두고 기존과는 다르게 수주부터 생산 등 모든 분야를 총괄하며 이전보다 사업성을 크게 높이기도 했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 재편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오른 데 이어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9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에도 공식 취임했다.

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재편의 마지막 단계로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남아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육·해·공, 우주까지 아우르는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품고 있다.

특히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방산제품인 잠수함 및 전투함 수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그룹은 9월26일 대우조선해양과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9.3% 확보를 위한 투자합의서(MOU)를 맺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 원과 5천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이 각각 4천억 원과 1천억 원 등 모두 계열사 6곳이 참여해 2조 원을 투입한다.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던 현장실사 문제가 해결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은 16일부터 최대 6주 동안 진행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실사에 돌입했다.

한화그룹은 15일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고용 보장, 협약 승계 등을 보장하며 현장실사에 반대하던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입장을 변화시켰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보도자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와 노사관계 첫 단추가 잘 끼워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매수자 현장실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의 반발이 마지막 산으로 꼽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한화그룹에 △고용보장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승계(처우개선) △회사 발전 △지역 발전 등 4대 요구안을 제시하며 매각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실사 직접 저지는 노조가 실질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 때 실사, 2008년 한화,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기업 4곳의 실사 때도 모두 물리적 방법으로 현장실사를 저지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한화그룹의 현장실사가 원만하게 진행될 지를 놓고 우려가 컸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최근 옥포조선소 정문 등에서 현장실사 저지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내부적으로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단 대표를 맡고 있는 정인섭 한화에너지 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10월 등기임원에서 사임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단순 이익창출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에 관한 투자”라며 “노조와 적극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 노사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방산 '마지막 퍼즐' 확보, 김동관 사업구조 재편 힘 받는다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김 부회장은 방산 부문에 앞서 더욱 오랫동안 직접 공들여 왔던 태양광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12월 분사 예정인 한화첨단소재(가칭)와 에이치에이엠홀딩스(차량용 경량 복합소재 사업 100% 자회사)의 지분 각각 47.24%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크레딧에 모두 68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한화솔루션은 매각 대금 가운데 5천억 원을 미국 태양광 사업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에 태양광 제조 시설을 보유한 회사는 세액공제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첨단소재 부문 분할 및 지분매각 이외에도 갤러리아 부문 분할도 추진하며 태양광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증설이 마무리되면 미국에 연간 3.1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2조4천억 원가량을 들여 미국에 태양광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을 넘어 중동까지 태양광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17일 한국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660조 원가량을 투입해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네옴시티가 친환경에너지만을 사용하도록 설계되는 점을 고려하면 네옴시티에 태양광 제품을 공급해 한화솔루션이 중동에서도 실적을 쌓을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사우디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가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특히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많은 국내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