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2년 하반기 부진할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나올만한 악재는 이제 거의 다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인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오시아 등이 설비투자와 반도체 생산량을 줄인다고 공식 발표한 만큼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2023년에는 멈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악재 다 나왔나, 2023년 반도체 가격 반등 조짐 엿보여

▲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2023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량을 역대급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마이크론이 2023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30%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다 일본 키오시아가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을 30% 줄인다고 발표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을 2021년 상반기보다 13.5% 줄였고 SK하이닉스도 2023년 설비투자액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은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활용해 수요 급감에 대응하여 공급을 과감하게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IT 수요 하락 속도가 역대급인 만큼 메모리 공급 축소 강도도 역대급이 될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는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미 설비투자를 마친 상황에서는 공장을 가동할 수밖에 없고 수요가 폭증한다고 해도 물량을 더 확대하려면 최소 몇 개월의 증설작업을 위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가 오랫동아 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은 공장 가동률과 재고 조정 등을 통해 반도체 공급량을 최대한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2019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대폭 줄었을 때도 가동률과 재고 조정 정책을 통해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공장 가동률이 현재 100%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웨이퍼 투입량 조절 등 가동률 조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설비투자도 메모리반도체보다는 파운드리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반도체 공급 축소 소식은 올해 내내 떨어지던 반도체 가격의 반등 신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5월까지 4.81달러를 유지하던 낸드플래시 가격은 6월 3.01% 떨어졌으며 7월에는 –3.75%, 8월에는 –1.67%, 9월에는 -2.55% 등 4개월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D램 가격은 올해 7월에만 14.03% 하락했다.

이런 반도체 가격 약세로 반도체 기업의 생산설비 투자가 줄어들면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AMAT의 2022년 2분기 D램 장비 매출액도 1분기보다 줄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장비 매출액이 줄어든 뒤 1년 뒤에 D램 가격이 반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3년 2분기에는 D램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는 2023년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찍은 뒤 최근 3거래일째 상승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7배로 최근 다섯 번 반도체 사이클에서 저점 평균 배수인 1.09배를 밑돌고 있다”며 “2023년 3분기부터는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마이크론 주가도 최근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다.

4일 마이크론 주가는 전날보다 4.33% 상승한 53.96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9월23일 52주 신저가였던 48.37달러와 비교하면 단 몇 거래일 사이 11.37%나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금융회사 베어드는 “회복 시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마이크론의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졌다”며 “낸드플래시와 D램 모두 2023년 공급이 축소되며 수요와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