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실적 전망 어두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겨울' 길어지나

▲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부정적인 증권사 전망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겪을 '반도체 겨울' 길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와 더불어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반도체 겨울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9월29일 2022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애초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증권가 분석이 우세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투자심리도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투자의견을 비중유지에서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19에서 시작됨 반도체 공급 차질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라며 “이제 마이크론은 전자 제품, PC 게임 등 재택근무로 인해 부풀려진 소비자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즈호증권도 9월22일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75달러에서 56달러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제이 라케시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최근 취약해지는 거시경제 여건과 소비자 수요 약세, 높은 재고 수준, 지속적인 반도체 공급 증가세는 향후 4~6개월 정도 마이크론의 사업이 하방 위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며 “여기에 중국 YMTC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본격화가 반도체 가격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마이크론이 D램 가격 급락에 대응해 2023년 회계연도 투자비용 등 지출 규모를 2022년보다 최대 40% 낮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악화 전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부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모두 메모리반도체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실적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인다.

삼성전자 등의 경영진도 이미 올해 하반기뿐만 아니라 2023년까지 반도체 수요 약화가 이어질 수 있음을 인정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 보면 (반도체 업황이) 그렇게 좋아질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안 좋은 구간이 지났을 때 우리의 위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반도체 업황의 부정적인 전망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22.7%, SK하이닉스 주가는 32.39% 하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성장 가도를 질주해왔던 반도체가 이제는 그 역풍에 직면했다”며 “엔비디아의 부진한 실적과 마이크론의 실적전망 하향,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메모리반도체 데이터 급감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 실적 전망 어두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겨울' 길어지나

▲ 애플이 아이폰14 중국 내수용 제품 일부에 중국 YMTC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향후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YMTC 낸드플래시 제품. < YMTC >

게다가 최근에는 YMTC를 중심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저가공세가 본격화되고 있어 낸드플래시 등의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장기화될 수도 있다.

YMTC는 2018년에야 처음으로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기술격차를 1~2년으로 좁히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1.3%에서 2021년 4.8%로 상승했는데 2023년에는 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YMTC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128단 이하 저가형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2분기부터는 저가형 SSD를 더 많은 노트북에 탑재시키기 위해 가격 인하를 포함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는데 이는 이미 전체 SSD 시장의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

여기에 YMTC는 올해 출시된 애플 아이폰14 시리즈부터 모바일용 낸드플래시를 공급함으로써 SK하이닉스 등의 일부 물량도 잠식하기 시작했다.

YMTC가 애플에 공급하는 낸드플래시가 중국 내수 제품용으로 제한되고 전체 아이폰14 물량의 5% 이내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처럼 중국 기업이 저가형 낸드플래시 공급을 확대한다면 반도체 가격 하락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YMTC의 영향력 확대로 시장 경쟁이 지속돼 낸드플래시의 공급 과잉은 2023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일부 업체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