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산은 '부산 이전' 갈등 격화, 취임 100일 강석훈 강행 거듭 천명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100일 맞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KDB산업은행>

[비즈니스포스트] “국가의 최고 책임자들이 정한 사항이라 뒤집을 수 없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 7층 대회의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문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며 향후 5년간 초격차 전략사업에 30조 원의 금융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정작 기자간담회의 많은 시간을 부산 이전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데 할애해야 했다.

그는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부흥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기반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울경 지역의 제조업이 국내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맡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쇠퇴하고 말았다고 강 회장은 분석했다.

강 회장은 “국가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하려면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울경 지역도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시켜야 하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그러한 수요 충족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산업은행 직원들은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1층 로비에서 부산이전을 강행하려는 강 회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처럼 강 회장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라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른 현안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강 회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정책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대학 강단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고 정계에 입문한 뒤 국회의원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박근혜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설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강 회장이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문제들을 추진력 있게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HMM 등의 경영정상화와 매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문제로 인해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기업 매각이나 정상화와 관련한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 회장은 이전을 반대하는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위원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 회장은 부산이전 문제와 관련해 물러설 뜻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앞서 강 회장은 추석 연휴가 시작하기 직전인 8일 전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만큼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동남권의 산업을 부흥시키고 조직을 확대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라는 것이 정부의 주문이다”며 “지방이전으로 조직의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부산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강 회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강한 어조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직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의 어렵고 힘든 상황에 매우 가슴 아프다”며 “많은 직원들과 깊은 토론을 하며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