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150억 달러(약 20조6천억 원)를 들이는 아이다호주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착공하며 곧 미국 내 추가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아 메모리반도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 물량을 대폭 늘리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우 치열한 경쟁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
 
마이크론 미국에 20조 반도체공장 착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위기감

▲ 마이크론이 미국 아이다호주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사진은 아이다호주 마이크론 본사 건물. 


로이터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현지시각으로 12일 아이다호주 보이지에 대규모 D램 메모리반도체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150억 달러가 투입되는 보이지 공장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마이크론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짓는 반도체 생산공장에 해당한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로이터를 통해 “앞으로 몇 주 안에 추가로 대형 반도체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 위한 최종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미국에 2곳의 새 반도체공장을 설립한 뒤 전체 D램 생산량에서 미국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10%에서 약 40% 안팎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미국에서 마이크론이 대규모 반도체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것은 8월 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하기 직전이었다.

이로부터 약 1개월도 지나지 않아 공장 건설이 시작된 것은 그만큼 미국 정부와 상당한 수준의 조율을 거쳐 투자를 준비해 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제공하는 수십조 원 단위의 보조금 및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도 자연히 마이크론에 상당한 수준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론이 이처럼 미국에 과감한 규모의 시설 투자를 결정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은 확실한 정부 지원 약속이 없다면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크론이 미국에 계획하고 있는 투자 규모 총합은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른다. 메모리반도체 생산 투자로 보면 상당한 수준에 해당한다.

마이크론이 미국에서 D램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정부 지원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갖춰내는 일은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잠재적으로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한국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 우시 공장에서 전 세계에 공급하는 D램 물량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인건비, 투자 비용 등 측면에서 모두 장점이 있지만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게 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보다 앞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더구나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중국 내 공장에 첨단 반도체장비를 들이거나 투자를 확대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정부에서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메로트라 CEO는 로이터를 통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미국 내 생산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며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론 미국에 20조 반도체공장 착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위기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5%의 매출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SK하이닉스가 27.4%로 2위, 마이크론이 24.5%로 3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D램 미세공정 등 메모리반도체 기술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우위를 확보하며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점차 따라잡아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업황 부진에 대응해 시설 투자를 축소하는 반면 마이크론은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위협적 요소로 꼽힌다.

마이크론의 대규모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를 계기로 세계 D램 시장 판도가 바뀔 만한 잠재력도 충분한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론은 세계 D램 3사 가운데 신규 공정기술 도입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큰 폭의 진전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