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겨울' 강추위 예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 얼어붙나

▲ 마이크론 등 미국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다음 분기 가이던스(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 등 미국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다음 분기 가이던스(실적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가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클라우드(서버용)와 산업용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보이는 점이 악재로 꼽힌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연이어 하반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업종을 향한 투자심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일 투자은행 키뱅크가 연 ‘테크 리더십 포럼’에 참가해 “마이크론의 6~8월 실적이 기존 가이던스 하단을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이미 올해 6~8월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인 91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68억~76억 달러로 제시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여기에 경영진이 직접 나서 기존 가이던스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고백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 반도체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엔비디아도 8월24일 실적 발표에 앞서 5월 말 제시했던 매출 가이던스 81억 달러를 67억 달러로 17%나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9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전날보다 4.75% 급락한 것은 미국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의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마이크론의 실적부진 경고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모두 메모리반도체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나 가전과 같은 다른 사업도 진행하는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사업구조가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적흐름도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마이크론이 실적전망을 낮춘 이유가 그동안 반도체산업의 성장동력이자 버팀목이었던 데이터센터 수요 감소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D램 매출 가운데 서버용 비중은 2021년 기준 28% 수준으로 40.4%인 모바일용 D램 다음으로 높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세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업황이 단단했던 것은 서버업체의 추가 재고확보 움직임 덕분”이라며 “마이크론이 실적 전망을 추가로 낮춘 것은 반도체 수요 둔화와 재고 축소가 PC, 스마트폰을 넘어 클라우드와 산업용 등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반도체 겨울' 강추위 예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 얼어붙나

▲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2022년 하반기 서버용 반도체 수요 둔화와 재고조정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공장.

상황이 이렇다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요둔화와 재고조정의 이중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도 7월28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서버업체의 반도체 수요는 매크로(거시경제) 이슈와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일부 부품 공급 문제 및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와 지정학 이슈 속에서 일시적 재고 축소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서버 수요가 하반기에 소폭 둔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들이 내놓는 분석이나 조사 결과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인 소식이 많다.

대만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2023년 D램 수요 증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8%에 그치고 당장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공급 과잉 문제로 최대 13% 이상의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6월에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5월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6월은 하반기를 맞아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로 197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5월보다 6월 반도체 판매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하반기 일시적 침체를 지나 2023년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는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만큼 공급 과잉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2019년 수준의 반도체 공급 과잉을 피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는 등 수익성 중심의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2년 4분기~2023년 1분기에는 인텔과 AMD의 신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대기 수요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서버용 반도체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두고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이 경기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