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프로세서 발전 ‘주춤’, 퀄컴 성능 추격에 삼성전자도 기대

▲ 애플 'M2' 프로세서 구조 및 성능 안내.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최근 선보인 PC용 ‘M2’ 프로세서와 아이폰14 시리즈에 탑재하는 신형 프로세서 성능 개선폭이 이전에 내놓은 제품과 비교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사인 퀄컴이 신형 프로세서로 애플과 성능 격차를 좁혀나갈 발판을 마련하면서 퀄컴 프로세서를 주요 제품에 탑재하는 삼성전자도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들어 새 하드웨어 성능 발전에 이전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2020년 처음 자체적으로 개발해 선보인 M1 프로세서를 맥북과 맥미니, 아이패드 등 PC와 태블릿PC에 탑재해 출시했고 올해 M2 프로세서와 함께 이를 탑재한 신제품도 공개했다.

그러나 M2 프로세서에 쓰인 반도체 미세공정은 M1과 동일한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성능과 전력효율 개선폭도 제한적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9월 출시를 앞둔 아이폰14 시리즈에 아이폰13과 동일한 A15 프로세서를 탑재하며 아이폰14 프로 모델에만 신형 A16 프로세서를 탑재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해마다 새로 선보이는 제품에 신형 프로세서의 성능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며 기존에 출시한 제품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주요 마케팅 요소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전략에 한계를 실감하고 하드웨어 성능 발전에 다소 보수적 태도로 돌아섰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반도체 개발 비용과 부품 가격 상승, 생산비 증가에 부담을 안아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공급차질로 아이폰 등 제품 원가가 이미 크게 올랐기 때문에 새 반도체공정을 활용해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일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 반도체 개발자들이 성능 발전에 지나친 압박을 받아 결국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전략 변화에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결국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기술 혁신보다 효율성을 중심에 두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미 애플의 자체 PC와 아이폰용 프로세서 성능 경쟁력이 퀄컴과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경쟁사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도 무리하게 성능 발전을 추진할 이유가 적은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애플이 자체 프로세서 기술 발전에 다소 주춤한 사이 퀄컴이 신형 프로세서 성능 향상에 최근 뚜렷한 성과를 내면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프로세서 발전 ‘주춤’, 퀄컴 성능 추격에 삼성전자도 기대

▲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모바일프로세서 이미지.

퀄컴의 하반기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 1세대 성능은 상반기 갤럭시S22 등 제품에 적용된 스냅드래곤8 1세대와 비교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성능 실험기관 긱벤치의 테스트 결과에서 스냅드래곤8+’ 1세대를 탑재하는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 샤오미 12S프로 등 스마트폰 성능이 우수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퀄컴이 고성능 프로세서 생산 공정을 삼성전자 4나노에서 TSMC 4나노로 이동하고 설계 측면에서도 성능 개선에 집중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초 출시되는 스냅드래곤8 2세대 프로세서에 CPU 성능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코어 구조가 탑재되어 있다는 점도 주요 외국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애플이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1년에 한 차례씩만 선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퀄컴이 꾸준한 성능 발전을 통해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퀄컴은 애플 M1과 M2를 겨냥한 PC용 프로세서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프로세서 설계 전문업체인 누비아를 14억 달러(약 1조8천억 원)에 인수하는 과감한 투자도 이뤄졌다.

이처럼 퀄컴이 애플과 프로세서 성능 격차를 좁히는 데 온힘을 쏟는 것은 퀄컴의 최대 고객사로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 등에 퀄컴의 새 고성능 프로세서를 적극적으로 사들여 탑재하는 만큼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등 제품과 성능 격차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하드웨어의 기술 혁신과 발전에도 애플 제품보다 구동 성능 및 그래픽 성능이 뒤처진다는 점 때문에 경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고성능 게임 등 콘텐츠 구동 성능이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이 지금과 같이 프로세서 성능 발전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퀄컴이 추격에 속도를 낸다면 삼성전자가 퀄컴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S23 등 차기 프리미엄 제품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프로세서 대신 퀄컴의 최신형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비중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도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협력이 애플과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퀄컴의 고성능 프로세서 중심 사업 전략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 점유율을 높이는 등 긍정적 성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