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게임사들이 해외진출의 주요 목표에서 중국을 뒷전에 놓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이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 또한 만만치 않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대형게임사 해외진출 다변화 서둘러, 중국 크지만 리스크 너무 많아

▲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 게임사들은 해외 진출 지역을 다변화하면서 중국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에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한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10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중대형게임사들이 해외진출지역을 다변화하는 데는 중국시장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을 앞세워 인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 현지에서 게임서비스는 물론 e스포츠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넷마블은 인수합병을 통해 북미시장에서 사업 토대를 쌓고 있다. 미국 마블의 콘텐츠 지식재산을 활용한 게임을 연이어 내놓았고 최근에는 소셜카지노게임사 인수도 결정했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과 도깨비 등 북미·유럽 시장의 취향에 맞는 오픈월드(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장르)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위메이드도 미르4 글로벌버전을 통해 중국 외의 지역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버전 서버를 60개 이상 구축했는데 절반 가까이를 북미·유럽에서 차지했다.

다른 국내 게임사들도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모바일게임시장이 연평균 10% 이상씩 커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뒀다.

게임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 게임사에게 여전히 매우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에 수반되는 리스크도 큰 시장이다”며 “국내 게임시장은 포화상태에 가까워진 점까지 고려하면 해외매출 지역을 다변화해야 안정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때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크다. 모바일게임 중심이고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의 인기가 높은 점 등 한국 게임시장과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한국 게임사들은 그동안 중국진출에 힘을 실어왔다. 중국 정부가 2017년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계기로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외국 게임의 판매 허가)를 내주지 않은 뒤에도 중국은 늘 꿈의 시장이었다.

중국 게임사들은 한한령 이전에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한국 게임개발사와 수익을 나눠왔다. 한국 게임사의 지식재산(IP)을 빌려 수수료를 내고 자체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을 대표사례로 들 수 있다. 크래프톤도 텐센트의 ‘화평정영’과 관련해 기술수수료를 받아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기준으로 한국 게임의 수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게임의 해외매출 가운데 40.6%를 중국이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최근 미성년자 대상의 게임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 게임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텐센트 등의 게임사 관계자들과 면담에서 한동안 신규 게임의 판호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주말, 공휴일에 1일 1시간씩만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도 시행했다. 

한국 게임사가 중국 정부의 미성년자 게임 규제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한국 게임 상당수는 30대 이상의 이용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와 열혈강호 온라인처럼 처음부터 미성년자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 게임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전체 게임의 판호 발급 감소나 성인 대상의 과금 제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한국 게임사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게임을 향한 부정적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중국 게임은 물론 외국 게임의 판호가 증가할 가능성도 낮아진다”며 “전체 분위기가 게임 통제로 흘러간다면 한국 게임 대상의 판호는 더욱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