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통해 종합 ICT기업으로 평가받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중간지주사로 지배구조 개편이 SK텔레콤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나온다.
 
SK텔레콤 중간지주 전환 개편 가시화, SK 기업가치에만 도움될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비통신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한편에선 SK그룹 지주사인 SK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일 증권가와 통신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텔레콤이 올해 상반기 안에 중간지주사 전환계획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미디어, 커머스, 보안, 모빌리티 등 비통신사업부문이 시장에서 자립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고 SK텔레콤도 회사 이름 변경 등 새로운 뼈대를 입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도 2022년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최적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을 20.07%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개정 공정거래법의 의무 지분율 관련 규정이 시행되면 추가로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개정 공정거래법 기업집단 규율 내용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이 상장회사는 기존 20%에서 30%, 비상장회사는 기존 40%에서 50%로 강화된다.

이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 SK하이닉스 지분 10%가량을 더 확보해야 해 현재 주가 기준으로 9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이에 올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간지주사로 변화가 회사의 주가 등 지표로 나타나는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집중되고 있다.

애초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통신기업의 틀에 갇혀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회사를 분할해 투자부문 역할을 맡는 중간지주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 통신사업 회사와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ICT 자회사를 대등하게 배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같이 30조 원에 달하는 보유자산과 비교해 극단적 저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은 분할을 통해 보유자산을 따로 상장하면 자연스럽게 시가총액이 늘어난다”며 “SK텔레콤이 분할하면 중간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은 15조 원, 통신사업회사는 14조 원 이상을 인정받으며 합산 29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보여줄 것이다”고 바라봤다.

SK텔레콤은 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9조7827억 원 수준이다.

반면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으로 기업가치 향상 목표 달성이라는 큰 성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의 주된 목적이 그룹 지주사 SK의 SK하이닉스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데 있기 때문에 SK텔레콤보다는 SK에 더욱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사업규모나 이익 측면에서 모두 그룹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인데 현재 SK그룹 지배구조에서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있다.

이렇다보니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가 돼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려면 공정거래법상 인수할 기업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하는 등 사업상 운신의 폭에 제한을 받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기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 전환 뒤 SK가 중간지주사 지분율을 극대화해 합병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려고 할 것이다”며 “SK텔레콤 중간지주사의 가치는 불확실성으로 크게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또 김 연구원은 “시장에서 통신주가 인기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 통신사업회사도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넘기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2017년 SK텔레콤 대표에 오르면서부터 이동통신을 벗어나 기술기업으로 가야 미래가 있다고 바라봤다.

박 사장은 2018년 2월26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소프트뱅크 형태의 종합 ICT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중간지주사 전환을 통해 SK텔레콤 ICT 계열사들 사업을 키우고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토대를 다져왔다.

박 사장은 2018년 11번가 분사, 보안회사 ADT캡스 인수 등을 추진했고 2020년에는 케이블TV 티브로드와 SK브로드밴드를 합병했다. 

최근에는 모빌리티사업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를 출범하면서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SK텔레콤의 통신사업과 나란히 세울 비통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키워왔다.

2020년 초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통신사업을 담당하는 Corp1과 보안, 커머스, 미디어사업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Corp2로 운영되는 ‘듀얼OS’ 경영체제도 구축했다. 박 사장은 같은 해 3월 주주총회에서 “최적의 구조를 만들어 필요한 부분을 개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2021년도 SK그룹 임원인사에서 SK하이닉스 부회장에도 선임되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SK텔레콤은 최근 스스로를 ‘빅테크’기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구글, 소프트뱅크 같은 종합 ICT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