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신경망 처리장치 기술이 삼성전자의 새 모바일칩 엑시노스2100에서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이 신경망 처리장치를 통해 차별화한 인공지능 성능을 보여준다면 최근 흔들리는 엑시노스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신경망처리장치사업을 키우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새 모바일칩에 인공지능 성능 강화, 강인엽 자존심 회복 별러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21년 1월12일 공개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신제품 엑시노스2100에서 인공지능 연산을 담당하는 신경망 처리장치(NPU)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신경망 처리장치는 인간의 신경망을 닮은 구조로 설계된 시스템반도체다. 인공지능 연산에 적합해 인공지능 반도체로도 불린다.

삼성전자는 15일 엑시노스 홍보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면서 “최신 삼성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신경망 처리장치가 적용돼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발표된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의 기고문에서도 갤럭시기기의 인공지능 기능이 강조됐다. 

삼성전자가 1월18일 발표하는 갤럭시S21 시리즈에 엑시노스2100을 탑재하기 때문에 엑시노스2100의 신경망 처리장치 성능이 향상됐으리라는 시선이 많다.

전작 엑시노스990은 두 개의 신경망 처리장치를 통해 초당 10조 회의 인공지능 연산이 가능했다. 애플 아이폰12에 탑재된 A14가 16코어 신경망 엔진으로 구현한 초당 11조 회 연산과 엇비슷하다.

퀄컴 최신칩 스냅드래곤888은 신경망 처리장치는 없으나 디지털신호 처리장치(DSP)가 있어 중앙처리장치, 그래픽처리장치와 함께 초당 26조 회의 연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2100은 A14을 넘어 스냅드래곤888 못지 않은 인공지능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11월 공개한 보급형 모바일칩 엑시노스1080도 초당 5조7천만 번의 인공지능 연산으로 보급형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성능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18일 엑시노스2100 발표일자를 공개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엑시노스가 온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이전까지 엑시노스 최상위 제품에 자체 개발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해 왔다. 갤럭시S20, 갤럭시노트20 등 2020년 스마트폰에도 자체 중앙처리장치 M5를 적용한 엑시노스990이 일부 사용됐다.

하지만 엑시노스990을 사용한 모델이 경쟁 제품 퀄컴 스냅드래곤865를 사용한 모델보다 성능이 떨어지면서 이 모델이 출시된 유럽 등 지역의 사용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19년 말 중앙처리장치 개발팀인 몽구스팀을 해체해 더 이상 자체 중앙처리장치를 내놓지 않는다. 이번에 출시되는 엑시노스2100에는 ARM 기반 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엑시노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RM 기반 칩을 사용해 왔다. 중앙처리장치까지 ARM 기반으로 모두 전환하면서 엑시노스의 연산 구성요소 가운데 신경망 처리장치만 자체설계 칩을 사용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의 성능 차별화에서 신경망 처리장치를 앞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신경망 처리장치는 시스템LSI사업을 이끌고 있는 강인엽 사장이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강 사장은 2019년 6월 신경망 처리장치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관련 분야 인력을 10배 이상 늘리고 독자적으로 신경망 처리장치 기술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인공지능 핵심인 신경망 처리장치사업을 강화해 인공지능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신경망 처리장치사업은 반도체 비전 2030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더욱이 인공지능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도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확보에 1조 원을 투입하는 등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산업의 중추인 만큼 강 사장으로서도 신경망 처리장치사업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강 사장에게 엑시노스2100은 퀄컴 스냅드래곤865보다 떨어지는 엑시노스990 성능 때문에 입은 타격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엑시노스2100의 신경망 처리장치 성능 향상이 필요한 까닭이다.

강 사장은 12월 초 정기 인사에서 반도체사업부장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다시 한 번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017년 그와 함께 사업부장에 오른 진교영 전 메모리사업부장과 정은승 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모두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강 사장은 반도체사업부 가운데 선임 사업부장이 돼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