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겸 기계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한화그룹에 영입된 지 4년 만에 한화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모든 사업을 맡게 됐다.
 
한화 옥경석 1인 CEO체제로 전환, 삼성출신 위기관리능력 인정받아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겸 기계부문 대표이사 사장.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가 무역부문사업을 쪼개 화약방산부문과 기계부문에 통합하는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앞으로 안정적 사업 안착이 중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화는 1995년 골든벨상사를 합병하면서 무역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2019년 기준 매출 2조 원 수준으로 사업규모가 커졌다.

한화는 무역부문이 진행하던 석유화학사업은 화약방산부문, 기계사업은 기계부문으로 합치는데 특히 화약방산부문에서 안정적 통합이 중요해 보인다.

한화는 2019년 무역부문에서 매출 1조9068억 원을 올렸는데 석유화학사업을 통해 67%인 1조2776억 원 가량을 냈다. 기계사업 매출은 무역부문 전체 매출의 4%인 763억 원에 그친다.

한화 화약방산부문은 지난해 방산사업에서 1조3515억 원, 화약사업에서 3571억 원을 올렸다.

화약방산부문은 이번 사업재편에 따라 방산사업과 맞먹는 외형을 지닌 석유화학사업을 새로 안게 되면서 매출 규모가 1조7천억 원에서 3조 원대로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한화는 사업재편에 따라 향후 자체사업 실적 전망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석유화학사업과 기계사업의 규모상 사업정리가 자체사업에 미칠 영향은 실제 실적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화약방산부문과 기계부문으로 넘어오는 석유화학사업과 기계사업은 현재 화약방산부문 겸 기계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옥경석 사장이 이끈다.

옥 사장은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으로 삼성그룹 시절 원가 개선 등을 통해 반도체와 LCD사업 경쟁력을 높인 역량을 인정받아 2016년 3월 한화케미칼로 영입됐는데 이후로도 계속 역할이 커지고 있다.

옥 사장은 2017년 11월 인사에서 한화 화약부문 대표를 맡으면서 한화그룹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화약부문은 한화그룹의 모태사업이라는 상징성을 지니는데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에 영입된 지 2년이 채 안 된 옥 사장이 대표를 맡으면서 이례적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화는 2018년 10월에는 화약부문과 방산부문을 화약방산부문으로 통합했는데 이 역시 옥 사장에게 대표를 맡겼다.

2019년 9월 인사에서는 기계부문 대표도 옥 사장이 겸임하도록 했고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서는 한화의 모든 자체사업을 옥 사장 아래에 뒀다.

한화는 옥 사장이 처음 화약부문 대표를 맡던 2017년 말만 해도 화약, 방산, 무역, 기계 등 4개 부문에 4명의 대표를 두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옥 사장이 모든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한화는 그 사이 개별기준 매출이 2017년 4조6천억 원에서 2019년 4조4천억 원으로 조금 줄어들었을 뿐 외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별기준 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7조5천억 원에서 8조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옥 사장은 한화에서 보여준 위기관리 역량을 크게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옥 사장은 2019년 초 예상치 못한 대전 공장 폭발 사망사고에 따른 공장 가동중단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단기적 실적 회복을 위한 조치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강화하며 시장 신뢰의 회복에 힘썼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확대하며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는 상반기 실적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줬다”며 “한화는 하반기에도 화약방산부문에서 상반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 사장은 한화 대표를 맡은 이후 성과를 인정받아 3월 주총에서 2년 임기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기도 했다.
 
한화 옥경석 1인 CEO체제로 전환, 삼성출신 위기관리능력 인정받아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겸 기계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5월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2020년 임금교섭 회사 위임식’에서 정승우 한화 노동조합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


옥 사장의 앞으로 행보는 한화그룹 외부인재 영입기조의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할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과감하게 외부 핵심인력을 영입해 각 계열사가 더 큰 사업기회와 성장의 돌파구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재영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2017년 옥 사장을 한화 화약부문 대표에 앉힐 때도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데도 중점을 둔 인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옥 사장은 3월 주총에서 “올해 글로벌 교역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위축 또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각 사업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안정적 실적을 달성하고 주주와 고객,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자체 사업의 효율성 강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졌다”며 “이번 사업재편에 따른 시너지 효과, 사업 효율성 확대 등으로 연간 200억 원 규모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