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미디어사업부문에서 순조롭게 매출을 늘려가며 비통신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국내 미디어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장악력이 무섭게 커지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SK텔레콤 미디어사업의 미래를 두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박정호, 넷플릭스에 대항해 웨이브와 티빙의 연합 다시 추진할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박 사장은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절실하게 됐다.

6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한국에 진출한 뒤 3년 동안 한국 관련 콘텐츠 제작에만 1500억 원을 쏟아부었다. 2020년에는 전체 콘텐츠 제작에 모두 약 20조 원을 투자한다.

SK텔레콤은 올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자체 콘텐츠 제작에 600억 원을 투입하고 2023년까지 웨이브에 모두 3천억 원가량을 지원한다.

박 사장이 비통신사업 육성을 크게 내걸고 그 가운데서도 미디어사업에 힘을 싣고 있지만 넷플릭스를 이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실현하기에는 일단 자금력에서부터 ‘체격 차이’가 크다.

게다가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 KT까지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면서 넷플릭스의 한국 미디어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한국 유료방송시장에서 KT 계열과 LG유플러스 계열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약 60%에 이른다.

가입자 수로 따지면 2019년 하반기 기준 KT 계열이 1191만 명, LG유플러스 계열이 837만 명이다. 넷플릭스는 두 이통사의 인터넷TV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며 이들을 시청자로 확보한 셈이다.

모바일 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6월 구글 안드로이드 기준 넷플릭스 가입자는 466만 명, 웨이브 가입자는 271만 명이다. 

실제 이용자 수에서도 격차가 크다.

넷플릭스는 5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736만 명으로 집계됐다. 웨이브는 같은 기간 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394만 명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인터넷TV인 'Btv'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를 앞세워 미디어사업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TV의 성장세와 비대면사회로 진입에 힘입어 미디어사업부문 매출도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다.

당장 올해 2분기에도 SK텔레콤은 미디어사업부문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6%가량 늘며 전체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박 사장에게는 현재 인터넷TV 가입자 수와 매출보다 미디어사업 핵심역량이 되고 미래 자산이 될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가 무겁고 시급하다.

SK텔레콤은 2020년 미디어사업부 전략 보고서에서 ‘Beat 넷플릭스!’를 공식 목표로 밝히고 있다. 박 사장도 공식적 자리에서 미디어사업에서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에 한국 콘텐츠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춰 왔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콘텐츠시장에서 대항해야 할 ‘적’이 너무 크고 강하다. 

‘웨이브’를 중심으로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들과 뭉쳐 크기를 키우려는 초협력 전략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넷플릭스와 제휴를 선택하면서 전세가 더욱 불리해지고만 있다.

박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힘을 모아 ‘한국’ 미디어시장을 지켜야 한다며 JTBC와 CJENM이 통합한 ‘티빙’ 등과 합병 의지 등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연합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는 최근 한국 OTT포럼 하반기 세미나에 참석해 “이미 콘텐츠를 포함해 앱 마켓까지 글로벌 기업이 국내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며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할 생각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이에 관해 티빙은 웨이브 측과 관련 문제를 사전에 논의한 적도 없고 내부적으로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며 차가운 반응을 돌려줬다.

다만 정부가 나서 국내 콘텐츠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는 점은 ‘토종’ 연합군 형성을 바라는 SK텔레콤에게 긍정적이다. 

정부는 앞서 6월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통해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3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는 세계에 20조 원을 투자하는 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기업은 결국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살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 등 방법이 아니더라도 콘텐츠펀드 조성과 콘텐츠 공동제작 등 협업이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SK텔레콤의 미디어부문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최근에도 Btv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고 영화 월정액서비스 ‘오션’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넷플릭스에 손을 내밀지 않고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도 “현재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 등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