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제주소주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매각설이 나돌기도 하는데 인수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청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마트 '정용진 소주'에서 손 떼나, 제주소주 매각과 청산 가능성 나와

▲ 제주소주 '푸른밤'과 '푸른밤 지픈맛'.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던 제주소주가 매각설에 휩싸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매각가격 240억 원가량에 직원고용 승계라는 조건으로 매각협상이 진척됐다는 구체적 내용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놓고 이마트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부인하지 않으면서 매각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제주소주 역시 매각설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소주는 이마트가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을 기준으로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 사업을 정리한 만큼 다음에 정리 수순을 밟을 곳으로 점쳐졌던 사업부문이다.

이마트는 2016년 12월 주류 라인업을 두루 갖추겠다는 목표 아래 제주소주 지분 100%를 190억 원에 인수한 뒤 현재까지 유상증자 등으로 670억 원을 투자했지만 제주소주는 3년 넘게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제주소주의 매출규모를 살펴보면 2017년 12억 원, 2018년 43억 원, 2019년 48억 원으로 꾸준히 커졌지만 반대로 적자폭은 2017년 65억 원, 2018년 129억 원, 2019년 141억 원으로 계속 늘었다.

이마트는 제주소주 브랜드를 알리고 점차 시장 점유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서조차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전국구 주류업체는 물론 제주 향토기업인 한라산의 한라산소주에게도 밀려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제주소주의 ‘푸른밤’을 주문하는 손님은 거의 찾기 힘들다.

지난해 재무 건전성 위기와 올해 코로나19 위기를 잇따라 맞으면서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이마트로선 더 이상 제주소주를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제주소주를 사들일 의사가 있는 곳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마트라는 유통 대기업이 손댔지만 결국 ‘돈 먹는 하마’가 돼버린 상황에서 제주소주 경영 정상화라는 부담을 선뜻 짊어 질려는 곳이 나타나는 것은 쉽지 않다.

제주소주 매각설에서 인수후보자로 꼽히는 회사가 있지만 이곳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결국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소주는 6월에 직원들에게 7월까지 올해 남은 연차를 모두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이후 청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퇴직금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