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사장이 원재료 수입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실적 부진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권혁웅, 한화토탈 정유보다 화학 비중 높여 실적부진 돌파구 찾아

▲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사장.


19일 한화토탈의 2020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콘덴세이트(초경질유)와 나프타의 수입비중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한화토탈은 수입 원재료 가운데 콘덴세이트의 비중을 50~60%로, 나프타의 비중을 30~40%로 유지해 왔는데 올해 1분기에는 콘덴세이트 비중을 38.3%까지 낮추고 나프타 비중을 58.9%까지 높였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1분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나프타 가격도 저렴해졌기 때문”이라며 “원재료를 싼 값에 축적하는 원가 절감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두 원재료의 가격 흐름을 고려하면 권 사장은 2분기 나프타 수입비중을 더 늘리거나 최소한 1분기와 같은 수입비중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18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1.82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2달여 만에 30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최근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나프타는 5월 둘째 주(11일~15일) 배럴당 22.9달러에 거래됐다. 나프타를 사서 쓰는 것이 저렴했던 1분기에 배럴당 48.1달러였는데 반값도 채 안 된다.

그런데 한화토탈의 사업구성을 고려하면 권 사장의 원재료 수입전략 변화는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는 의미가 있다.

한화토탈은 나프타를 분해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사업(화성부문, 수지부문)을 진행하는 한편 스플리터라는 전용 설비로 콘덴세이트를 분리해 항공유, 등유, 경유 등 정유제품을 만드는 정유사업(에너지부문)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한화토탈은 콘덴세이트 분리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나프타도 화학사업에 투입해 왔다.

한화토탈이 콘덴세이트 수입비중을 줄였다는 것은 1분기 나프타를 만들어 쓰는 것보다 사서 쓰는 것이 더 저렴했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권 사장이 한화토탈의 사업 가운데 정유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화학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했다는 뜻이 더 크다.

권 사장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사업부문별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1분기 한화토탈의 사업부문 가운데 에너지부문의 매출비중은 29.4%였다.

한화토탈이 정유사업을 시작한 2014년 이후로 에너지부문의 매출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한 해뿐이다. 지난해에는 36.5%였다.

이런 포트폴리오 조정은 한화토탈에게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 배럴당 1.3달러에서 2분기(5월 둘째 주까지) 평균 -1.3달러로 낮아졌다.

반면 화학제품들은 가격 상승과 나프타 가격의 하락세가 겹치며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다.

한화토탈 화학사업의 주력제품 스티렌모노머(SM)는 국내 화학사들의 원재료 도입시기를 고려한 한 달 후행 스티렌모노머-나프타 스프레드(스티렌모노머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가 지난 주(11일~15일) 평균 톤당 408.3달러로 집계됐다. 3개월 전보다 72.9% 늘었다.

권 사장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절실하다. 한화토탈이 2020년 1분기 영업손실 2634억 원을 내면서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한화토탈은 2016~2018년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거둔 한화그룹 최대의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이다.

2015년 한화그룹에 들어온 뒤 분기 영업이익 2천억 원 이상을 꾸준히 거둬 왔으며 2017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5153억 원을 내기도 했다.

화학과 정유는 모두 업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업으로 한화토탈의 실적 부진을 권 사장 탓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다만 실적 부진의 돌파구를 여는 것은 권 사장의 몫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