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전지박(2차전지용 동박) 계열사인 두산솔루스가 공개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누가 두산솔루스를 품을 것인지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전지박은 성장 전망이 밝은 사업인 만큼 배터리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매물이다.
 
삼성 SK LG 포스코,  매물로 나온 두산솔루스 탐낼 이유 충분하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22일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두산솔루스의 공개매각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기업이, 혹은 그룹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박은 전기차배터리 등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인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 가운데 음극재의 재료다.

동박 가운데서도 전기차배터리용 음극재에 쓰일 만큼 품질 좋은 전지박을 생산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10곳이 채 안 된다. 몇 안 되는 회사들 가운데 하나가 두산솔루스다.

◆ 두산솔루스, 매물로서 매력 충분해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지박시장이 2018년 1조5천억 원 규모에서 2025년 14조3천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솔루스는 헝가리에 1만 톤 규모의 전지박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전기차 성장세가 가파른 유럽시장을 공략할 준비가 돼 있다. 이미 올해 생산물량은 모두 공급처를 확보해 뒀을 만큼 수주 경쟁력도 입증했다.

이런 두산솔루스가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코로나19 탓에 자본시장이 위축돼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재무적 여력이 충분한 회사만이 두산솔루스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9일 두산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이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스카이레이크)와 두산솔루스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산중공업의 재무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자구책이다.

두산은 두산솔루스의 특별관계자 보유지분 61.27%에 8천억 원을, 스카이레이크는 6천억 원의 가격을 매겨 협상이 결렬됐다.

두산은 곧바로 두산솔루스의 공개매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배터리 제조사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 계열사 시너지도 가능해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3사는 두산솔루스 인수 후보군으로 가장 먼저 꼽힌다.

2019년 말 기준으로 LG화학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조8886억 원, SK이노베이션은 2조1960억 원, 삼성SDI는 1조1563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매출채권은 LG화학이 3조7382억 원, SK이노베이션이 4조1383억 원, 삼성SDI가 2조153억 원어치씩 들고 있다.

매물로 나오는 두산솔루스 지분 61.27%의 가치가 6천억~8천억 원으로 평가되는 만큼 세 회사 모두 인수자금의 마련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유럽 현지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두산솔루스와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특히 LG화학과 삼성SDI는 두산솔루스 인수로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까지 바라볼 수 있다. 두산솔루스는 전지박사업뿐만 아니라 올레드(OLED)소재사업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LG화학-LG디스플레이-LG전자로 이어지는 주요 계열사들의 성장전략이 올레드에 맞춰져 있다.

LG화학은 2019년 9월 미국 유니버셜디스플레이와 올레드 발광층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고 같은 해 4월 다국적 화학회사 듀폰의 올레드 기판 재료기술인 ‘솔루블 올레드’를 양수하기도 했다.

삼성SDI도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올레드 생산설비를 늘리기 위해 2025년까지 1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두산솔루스에서 올레드소재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재 확보처를 경쟁사에게 뺏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삼성그룹 차원에서 두산솔루스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 배터리 소재 생산회사들도 두산솔루스 인수 가능성 충분

배터리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 생산회사들도 두산솔루스 인수 후보로 꼽힌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 과정을 내부적으로 계열화하기보다는 안정적 수급처를 확보하는데 공을 들이는 전략을 펴고 있는 만큼 오히려 소재 생산회사들이 두산솔루스를 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포스코는 두산솔루스 인수전에 참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로 꼽힌다.

포스코는 전지박회사 KCFT를 놓고 SKC와 인수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2019년 3월 발을 뺐다. 공식적으로는 회사의 전략과 합치되지 않아 KCFT 인수 논의를 중단했다고 발표했으나 2019년 6월 KCFT가 SKC의 품에 안기자 아쉬워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당시 포스코는 자회사 포스코케미칼과 KCFT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동박사업 진출을 검토했었다.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 가운데 음극재와 양극재를 모두 만든다. 두 소재 가운데서도 음극재는 국내에서 포스코케미칼만이 생산한다.

포스코가 두산솔루스를 인수한다면 포스코케미칼은 원활한 음극재 재료 수급을 바탕으로 배터리소재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재무적 여력도 충분하다. 포스코는 2019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3조5149억 원 들고 있다.

SKC가 두산솔루스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SKC는 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소재로 다각화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KCFT의 전지박이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KCFT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동박을 가장 넓은 폭으로 생산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지박시장 점유율 기준으로도 2019년 세계 1위였다.

SKC는 해외 공장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KCFT의 해외 직접진출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럽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두산솔루스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문제는 재무적 여력이다. SKC는 2019년 말 기준으로 들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00억 원에 불과하다. 단기 매출채권 보유량은 3756억 원에 그친다.

KCFT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주력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지분의 절반을 쿠웨이트 화학사 PIC에 매각하기도 했다.

다만 SKC가 아닌 SK그룹이 두산솔루스 인수에 나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SK그룹 지주사 SK는 2019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7조9818억 원과 단기 매출채권 10조3773억 원어치를 들고 있다.

SK는 ‘투자형 지주사’를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8년 11월 2700억 원을 투자해 중국 동박 제조사 왓슨의 2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계열사 SK이노베이션과의 시너지까지 감안하면 SK가 두산솔루스 인수에 적극성을 보일 이유는 충분하다.

두산솔루스 인수를 둘러싼 경쟁구도는 두산솔루스의 공개매각이 공식화해야 윤곽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후보군들 모두 "두산솔루스 인수 여부와 관련해 확인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거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