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저유가를 통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낮은 유가로 원유 물동량이 늘면 원유운반선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데 현재로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저유가시대 원유운반선 발주증가 기대품어

▲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저유가가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노르웨이의 액체화물운반선(탱커) 전문 해운사인 헌터그룹이 저유가로 발생하는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추가적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2020년과 2021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160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원유 운송량이 20만~32만 DWT(순수 화물적재톤수)인 원유운반선을 가리킨다.

운송량이 32만 DWT 이상인 극대형 원유운반선(ULCC)이라는 등급도 존재하지만 잘 발주되는 선박 종류는 아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원유운반선인 셈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시장의 강자다. 두 조선사는 2019년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 31척 가운데 58%에 이르는 18척을 수주했다.

한국 조선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도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건조하기는 하지만 이보다 작은 규모의 수에즈막스급(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형)이나 아프라막스급(운임 효율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선형) 원유운반선의 건조에 집중하는 편이다. 삼성중공업이 가장 최근에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수주한 것은 2017년이다.

해운사들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만큼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요 증가가 선박 발주 증가로 이어진다면 두 조선사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원유시장이 저유가시대로 접어드는 속도가 빠른 만큼 해운사들도 최대한 빨리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확보해야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발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도크만 비어 있다면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의 건조에 1년을 조금 넘는 정도의 시간으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이 앞서 1월 말 수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인도기한은 내년 6월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 등 수주시장의 경쟁 조선사들과 비교해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 조선사들이 수십~수백 개의 블록(선박을 구역 단위로 나눈 것)을 용접해 선박을 건조하는 것과 달리 한국 조선사들은 10개 안팎의 대형 블록을 용접해 선박을 건조하는 메가블록 공법을 통해 선박 건조기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

많은 척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선박 설계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 건조기간만 따질 때 한국 조선사는 10개월 정도면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두 조선사가 여러 척의 선박을 수주했을 때 동일 설계 선박의 반복건조를 통해 건조기간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헌터그룹에 초대형 원유운반선 4척을 모두 인도기한보다 앞서 인도했으며 이 가운데 3호선은 납기를 80일 앞당기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른 인도로 헌터그룹은 1155만 달러의 추가 운임수익을 얻었다.

물론 선박 발주는 수요만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조선사들의 건조잔고나 해운사 보유 선박의 선박연령 등 여러 조건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환경적 조건조차 해운사들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를 부추기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사들이 현재 60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건조하고 있다. 선대 대비 건조잔고의 비율이 7.7%로 사상 최저치이며 액체화물운반선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보유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가운데 100여 척이 선박연령 20년 이상의 노후선박이다. 이는 전체 선대의 13% 수준이며 액체화물운반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게다가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원유 운송 이외에 해상 원유저장기지(Floating Storage)로서의 수요도 있다. 현재 초대형 원유운반선 47척이 이 용도로 쓰이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헬레닉시핑뉴스에 따르면 이미 액체화물운반선 전문 해운사들에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해상 원유저장기지로 활용해 저가의 원유를 비축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만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62척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발주척수가 지난해의 2배다.

박 연구원은 “2014년 말 유가가 급락하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가 크게 늘었다”며 “이번 유가 급락 역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를 늘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