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대표적 험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에서 총선 출마를 결정하며 당내 지도자급 인사들을 향한 험지 출마 압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당대표나 광역자치단체장 등을 지낸 당내 인물들을 수도권 등 험지로 전략배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출마지역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는 모두 경남도지사를 지낸 경남지역의 대표적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꼽힌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에서 당대표를, 김 전 지사는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한국당 지도부는 전부터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모두 당선 안정권인 고향 출마의 뜻을 고수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김 전 지사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우세한 곳이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에 관한 태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뜸을 들일 때만해도 홍 전 대표는 ‘(황교안) 현직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에 보내고 (홍준표) 전직대표는 짚신 신겨 사지로 보낸다’고 비판하며 고향 출마 의사도 존중해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도 “이번만큼은 고향발전과 나라를 위해 더 큰 일을 해보라는 고향 분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며 고향에서 출마할 뜻을 고집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다음 대선주자 1위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버티고 있는 종로에 출마하는 결단을 내리며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텃밭인 고향에 출마할 명분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공천관리위로서도 홍 전 대표나 김 전 지사의 고향 출마를 용인해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급 당내 인사를 전략배치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당대표까지 험지를 선택한 마당에 한국당 간판만으로도 당선이 유력한 지역 공천을 홍 전 대표나 김 전 지사에게 줄 까닭이 없는 것이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한국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고향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무소속으로 고향 출마를 해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밀양‧의령‧함안‧창녕과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모두 각각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전현직 의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지역 정가에서는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아무리 인지도 높은 거물급 인사라 할지라도 한국당 간판을 떼고 출마한다면 한국당 후보에 밀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자칫 탈당 후 의석도 못 건져 재기의 기회조차 날릴 수 있는 셈이다.
이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경남으로 내려가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비공개로 만난 뒤 험지 출마를 거듭 설득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 모두 고향 출마 의지를 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공천관리위는 10일 회의에서 주요 인사들의 전략배치 문제를 논의하며 전략공천 지역과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공천관리위의 전략배치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탈당과 험지 출마를 놓고 끝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