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김태호, 한국당 ‘지도자급 전략배치’에 ‘험지’와 ‘탈당’ 기로에

▲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상남도지사가 4월 총선 때 당선 안정권인 고향 출마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한국당 지도부의 ‘지도자급 전략배치’ 방침에 따라 고향이 아닌 험지로 떠밀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대표적 험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에서 총선 출마를 결정하며 당내 지도자급 인사들을 향한 험지 출마 압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당대표나 광역자치단체장 등을 지낸 당내 인물들을 수도권 등 험지로 전략배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출마지역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는 모두 경남도지사를 지낸 경남지역의 대표적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꼽힌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에서 당대표를, 김 전 지사는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한국당 지도부는 전부터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모두 당선 안정권인 고향 출마의 뜻을 고수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김 전 지사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우세한 곳이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에 관한 태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뜸을 들일 때만해도 홍 전 대표는 ‘(황교안) 현직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에 보내고 (홍준표) 전직대표는 짚신 신겨 사지로 보낸다’고 비판하며 고향 출마 의사도 존중해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도 “이번만큼은 고향발전과 나라를 위해 더 큰 일을 해보라는 고향 분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며 고향에서 출마할 뜻을 고집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다음 대선주자 1위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버티고 있는 종로에 출마하는 결단을 내리며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텃밭인 고향에 출마할 명분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공천관리위로서도 홍 전 대표나 김 전 지사의 고향 출마를 용인해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급 당내 인사를 전략배치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당대표까지 험지를 선택한 마당에 한국당 간판만으로도 당선이 유력한 지역 공천을 홍 전 대표나 김 전 지사에게 줄 까닭이 없는 것이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한국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고향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무소속으로 고향 출마를 해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밀양‧의령‧함안‧창녕과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모두 각각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전현직 의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지역 정가에서는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아무리 인지도 높은 거물급 인사라 할지라도 한국당 간판을 떼고 출마한다면 한국당 후보에 밀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자칫 탈당 후 의석도 못 건져 재기의 기회조차 날릴 수 있는 셈이다.

이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경남으로 내려가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비공개로 만난 뒤 험지 출마를 거듭 설득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 모두 고향 출마 의지를 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공천관리위는 10일 회의에서 주요 인사들의 전략배치 문제를 논의하며 전략공천 지역과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공천관리위의 전략배치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탈당과 험지 출마를 놓고 끝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