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걷고 있는 고난의 행군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발전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재무적 어려움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스터빈과 풍력터빈 등 신사업에 힘을 싣고 있으나 상용화시점은 너무 멀다.
 
두산중공업 고난 끝없어, 발전업황 부진에 신사업 상용화도 멀어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26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최근 임원 65명 가운데 13명에 퇴사를 통보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발전업황이 나빠 관련업계 기업들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두산중공업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임원의 숫자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업황 부진은 정확히 말하면 원자력과 석탄 같은 고전적 발전을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혹은 LNG(액화천연가스)발전 등 친환경에너지가 대체하는 세계적 흐름에 따른 것이다.

두산중공업도 여기에 발을 맞추기 위해 가스터빈과 풍력터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예상하는 가스터빈의 상용화시점은 2023년으로 꽤 멀리 있다. 풍력터빈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8MW급 터빈의 기술 개발도 2022년에나 완료될 것으로 보여 실증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두 신사업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글로벌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가스터빈과 풍력터빈 모두 시장을 선점한 소수 회사들의 독점 구도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두산중공업의 고난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두산중공업이 당장 획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일감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수주잔고는 2016년 말 17조9283억 원에서 2019년 3분기 말 14조6471억 원까지 줄었다. 두산중공업의 별도기준 누적 영업이익도 2016년 3분기 2035억 원에서 올해 3분기 629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적 악화가 두산중공업의 재무적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회사채나 사채 등 부채의 상환시점에 맞춰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이자비용을 조정하는 ‘리파이낸싱’ 작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두산중공업은 새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금리가 불리해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말 두산중공업의 회사채는 ‘A-안정적’ 등급이었으나 현재는 ‘BBB부정적’ 등급까지 떨어진 상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떨어진다면 두산중공업의 회사채는 정크본드(쓰레기 채권)이 된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재무구조가 좋은 때가 없었다. 2016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별도 부채비율이 186.1%였으며 이는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도 같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갈수록 나빠지는 실적에 두산중공업의 회사채를 향한 채권시장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수주 부진 속에서 수익구조가 악화하고 있지만 낮아진 현금 창출력과 비교해 과중한 재무부담을 지고 있다”며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본격화되고 있어 당분간 수익성 저하를 보완하기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임원 감축으로 임원 숫자를 2016년 말 126명과 비교해 절반까지 줄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과장급 이상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2개월의 유급 순환휴직이 끝난 만큼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인위적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