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코리아 4년째 지휘 권명숙, '테스트베드 한국' 역할에 위상도 커져

▲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가 10월10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10세대 인텔코어 프로세서 출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인텔은 한국시장을 신기술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하고 있어 본사 임원도 맡고 있는 권 대표는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인텔코리아에 따르면 권 사장은 2015년부터 대표로 일하면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본사의 신임을 얻어 4년째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외부로부터도 여성경영인으로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권 대표는 인텔코리아 경영환경의 급변에 재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텔의 반도체 제품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PC제조사에 공급하는 것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의 PC사업이 축소되면서 기존의 인텔코리아 사업도 자연스럽게 위축됐다. 오히려 5G통신과 클라우드 등 새로운 수요들이 등장하면서 이에 맞춘 솔루션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 주력분야가 둔화했으나 인텔에게 한국시장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텔이 ‘데이터 중심 기업’으로 정체성을 다시 설정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테스트베드로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코리아 대표이자 본사 부사장이기도 한 권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다.

권 대표는 6월 머니투데이방송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나라”라며 “인텔도 혁신기술을 선도하는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의 말처럼 최근 인텔이 한국에서 신기술을 선보이는 자리가 부쩍 늘어났다.

인텔은 9월 서울에서 처음으로 ‘메모리&스토리지 데이’를 열고 차세대 메모리 투자와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롭 크룩 인텔 수석부사장 등 본사 임원들이 대거 참여해 차세대 메모리 중 하나로 꼽히는 옵테인 메모리와 144단 낸드 등 신기술을 선보였다.

인텔은 한때 메모리반도체에서 손을 떼기도 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의 안마당에서 차세대 메모리 등의 기술을 과시한 의미는 작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 변화하는 산업환경에서 진화할 메모리시장을 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읽힌다.

기존 PC 관련 사업 역시 소홀히 하지는 않고 있다. 인텔은 10월에 10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출시행사를 이전보다 대규모로 열었다. 10나노 공정을 적용한 아이스레이크,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코멧레이크 등을 공개했고 노트북 혁신 프로그램인 아테나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권 대표는 고객들과 접점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인텔 코어 프로세서 출시행사에서 “이번처럼 인텔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와 더불어 이용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권 대표는 10월30일 열린 2019 아시아 여성 리더스 포럼에서 40여 명 멘토단의 단장을 맡았다. 행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강연을 맡은 것도 바로 그다. 권 대표는 성숙한 포용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연으로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한 행사에서 리더들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권 대표는 국내 대표 여성경영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으로서 보기 드물게 IT기업 수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2015년 인텔코리아가 설립된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대표에 선임됐다. 동시에 인텔코리아 임직원 최초로 본사 부사장에도 발탁됐다.

권 대표는 영문학과 출신으로 엔지니어가 아니기에 글로벌 IT기업 본사 임원으로 선임된 일은 더욱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그만큼 권 대표가 업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역량이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권 대표는 연세대 영문학과를 나와 대우통신에서 일하다 1988년 인텔 한국지사에 입사했다. 이후 마케팅과 영업담당 임원까지 지냈으며 2011년 삼성SDI 소형전지 마케팅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