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룹이름인 ‘신세계’가 아닌 ‘SSG’ 브랜드를 내걸고 11월 '유통 할인대전'에서 이머커스업체와 맞붙는다.

올해 SSG닷컴을 출범하고 그룹 차원에서 온라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11월 이커머스업체들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용진, 신세계 대신 'SSG' 내걸고 이머커스와 할인 전면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3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회사들이 11월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롯데 블랙페스타’, 현대백화점그룹의 ‘코리아 현대페스타’ 등 대부분 그룹 이름을 내건 것과는 달리 신세계그룹은 ‘SSG(쓱)’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공룡’과 이커머스업체들이 ‘코리아 세일페스타’를 맞아 일제히 11월 초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신세계그룹도 11월2일 하루 ‘쓱(SSG)데이’를 연다.

‘SSG(쓱)’는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온라인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만든 대표하는 브랜드인데 그룹 차원의 첫 대규모 할인행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SSG닷컴,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면세점, SSG페이 등을 비롯해 18개 계열사가 참여해 힘을 싣는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할인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는데 최우정 SSG닷컴 대표가 태스크포스팀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2010년 이마트부문의 온라인사업 담당 상무로 영입된 뒤 9년째 신세계그룹에서 일하며 그룹 온라인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사실상 이번 신세계그룹의 대규모 할인행사 중심에 정 부회장이 방점을 찍고 있는 온라인부문이 핵심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단순한 오프라인 할인행사가 아닌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을 결합해 이커머스업체들의 독무대가 돼버린 11월 유통업계 할인경쟁에서 승기를 잡아내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동안 11월에 진행되는 ‘코리아 세일페스타’는 이커머스업체를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행사였다.

정부 주도의 사업인 데다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대형 유통그룹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업체들은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대대적 할인행사를 벌였다.

이에 이커머스업체들의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0조6293억 원으로 월간 사상 최대치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1번가와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 이커머스업체들의 매출은 30~70%씩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 대신 'SSG' 내걸고 이머커스와 할인 전면전

▲ 신세계그룹이 11월2일 18개 계열사가 참여한 대규모 할인행사인 '대한민국 쓱데이'를 연다. <신세계그룹>


정 부회장이 최근 이마트 초저가전략과 전문점 활성화 등 이커머스업체와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커머스업체들의 새로운 ‘쇼핑대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11월에도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을 결합해 적극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초저가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시장을 선점하려면 신세계그룹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단순히 물건을 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박리다매’ 전략을 넘어 ‘SSG’라는 그룹 브랜드를 내세우는 마케팅으로 중장기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정 부회장은 SSG닷컴과 SSG페이, ‘쓱세권’에 이어 ‘쓱데이’ 등 기존 신세계그룹의 기반인 오프라인 유통에서 벗어난 새 사업 및 서비스에 ‘SSG’를 적극 활용해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고 있다. 

다만 현재도 이커머스업체와 경쟁으로 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마트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끊임없는 출혈경쟁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분기에 이마트는 분기 첫 적자를 봤으며 SSG닷컴도 2분기에 영업손실 113억 원 규모를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