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을 놓고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독일 국채금리의 가파른 상승세로 손실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 원금회복 기대, 독일 국채금리 극적 반등세

▲ 우리은행 로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완화에 힘입어 독일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 가운데 일부는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7월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8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8월15일 -0.71%를 나타내 바닥을 찍은 뒤 21일 -0.34%까지 올랐다가 25일 -0.4%로 거래를 마쳤다.  

약 석 달 사이에 금리가 0.3%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최근 5년 동안의 금리 움직임을 살펴봐도 이와 견줄 만한 상승세는 2015년 4월~2015년 6월, 2016년 9월~2016년 11월, 2017년 12월~2018년 1월 등 3번만 있었다. 

이는 8월부터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약 0.1%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해도 두드러진 상승세다. 

이번 금리 상승으로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펀드의 손실액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4~5%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이를 밑돌면 투자자들이 원금을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우리은행은 이 상품을 1250억 원 규모로 판매했다. 600억 원어치의 상품은 만기가 도래해 최대 98%에 이르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고 나머지 650억 원은 올해 안에 모두 만기가 도래한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만기가 남은 상품은 독일 국채 금리가 다소 낮아진 시점에 판매돼 금리가 -0.33~-0.3% 수준을 보이면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기준으로 만기가 남은 상품의 원금 손실율은 23.3~33.3% 수준으로 추산된다. 금리가 -0.35% 수준을 보이면 손실율은 6.7~16.7%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독일 국채금리의 극적 상승으로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 손실액이 크게 줄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 안에 원금을 회복하는 상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국채금리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축소로 11월 중순까지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독일 국채금리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던 브렉시트는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과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등 최악의 상황은 넘겼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정국 등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리며 당분간 소규모 합의가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으로 중국과 스몰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전보다 더 강한 무역분쟁 카드는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의 합의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중순까지 전반적으로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지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수준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이 새로운 무역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독일 국채금리의 하락을 부를 수 있는 요소로 여전히 꼽힌다. 

유럽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에 다시 자금이 몰리며 독일 국채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  

미국은 18일부터 159종의 유럽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한 유럽연합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 유럽연합 제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치를 승인 받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8일 발효된 미국의 유럽연합 관세부과가 또 다른 경기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자동차에 관세부과를 하면 독일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