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성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면서 DB그룹도 이미지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DB그룹은 동부그룹에서 이름을 바꿔 D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힘써왔는데 김 전 회장의 수사 본격화로 그런 노력의 성과가 일부 무너질 수 있다.
 
DB그룹, 김준기 수사로 새로 쌓은 브랜드 이미지 타격받을까 근심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DB그룹은 김 전 회장이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가 불거진지 2년여 만에 경찰에 체포된 것을 놓고 말을 아끼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전 회장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DB그룹은 김 전 회장이 귀국과 동시에 체포되면서 관심이 몰린 데다 경찰의 관련 수사가 본격화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회장에서는 2017년 9월 물러났지만 오너로서 영향력은 여전하다.

DB손해보험은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모두 18.1%의 지분을 들고 있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캐피탈, DB금융투자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DB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김 전 회장은 DB손해보험 지분 6.65%를 보유해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8.3%)에 이은 2대주주다. 딸 김주원씨도 3.15%를 들고 있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은 DB Inc의 지분 11.2%, DB하이텍 3.61%, DB금융투자 5%를 들고 있다. DB생명보험의 지분 99.6%는 DB손해보험이 들고 있지만 김 전 회장도 0.16%를 보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자 그룹에 피해를 줄 수 없다며 회장에서 물러났으며 DB그룹은 2017년 10월 그룹 이름을 ‘동부’에서 ‘DB’로 이름을 바꾸며 오너 이슈와 구조조정 등과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새 출발을 준비했다.  

특히 DB그룹은 회사이름을 바꾸고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통합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힘써 왔다. 

DB그룹의 6개 금융 계열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금융’이라는 슬로건 아래 통합 이미지를 만들어 그 이미지를 그룹 전체 브랜드 이미지로 확장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DB그룹은 광고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고객의 미래’와 함께하고자 하는 금융 전문기업으로 정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되게 전달해 오고 있다. 

또 DB그룹은 김 전 회장의 이름을 딴 'DB김준기문화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사업도 하고 있는데 김 전 회장의 혐의가 유죄로 결론이 나면 재단 브랜드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DB손해보험 브랜드 평판지수는 370만1605로 손해보험사 가운데 4위에 올랐는데 김 전 회장의 추문에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손해보험은 신용과 평판이 소비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김 전 회장은 ‘마지막 1세대 재벌총수’로 불리며 2017년 초까지 직접 기업 운영을 이끌어 왔다. 동부그룹은 한때 재계순위 10위권을 넘보는 그룹이었지만 2013년부터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그룹 규모가 현재 재계순위 43위에 그치게 됐다.

김 전 회장은 23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비서와 가사도우미 등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와 2016~2017년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성추행·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은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