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전략을 놓고 고민이 커지게 됐다.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에 '보수적' 태도를 유지해왔는데 보험업계 불황 장기화로 보험수익이 크게 줄면서 자산운용에 '공격적'으로 나서 손실을 만회해야 할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현성철, 역대 최저금리에 삼성생명 자산운용전략 공격적으로 바꾸나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1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생명보험사들이 자산운용수익 확대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수익은 보험수익과 함께 생명보험회사의 주요한 수익 요인으로 꼽힌다.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역마진과 책임준비금 적립부담이 커지자 이에 따른 보험수익 감소를 자산운용수익으로 메운다는 것이다.

삼성생명도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현 사장은 자산운용전략을 놓고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에 ‘보수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생명보험업계 1위에 올라 있는 만큼 운용해야 하는 자산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공격적 자산운용에 따른 위험을 안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8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166조 원으로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크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수익률이 그동안 3%대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무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험업계 장기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 사장은 앞으로 자산운용에 이전보다 공격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 사장은 대폭 줄어든 보험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보유한 채권, 부동산, 주식 등 대거 매각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에만 인천 구월동 사옥,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동 빌딩을 내놨다. 7월에는 DGB금융 지분 3.9%를 약 477억원에 처분하고 생보부동산신탁 지분 50%을 1100억 원에 교보생명에게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보험업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2022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번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실적을 방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 사장은 삼성생명의 안정적이지만 수익성이 낮은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고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운용이익률 확대를 위해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장은 삼성 금융 계열회사인 삼성증권과 함께 대체투자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기존에 중점을 두고 있던 주식위탁매매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투자금융(IB)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 계열회사들끼리는 우량 투자처를 발굴하거나 대규모 투자금을 함께 마련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25%로 내리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월 이후 3개월 만에 인하한 것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보험부채가 늘어나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고 공시이율도 낮아져 보험상품을 판매하거나 신계약을 따내는 데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부채적정성평가(LAT) 시행시기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부채적정성평가는 2022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보험부채를 단계적으로 시가평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공시이율은 보험사의 금리연동형 상품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보험계약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만기 환급금이 줄거나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