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보험이 신용등급 전망 하향으로 보험금 지급능력을 놓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재은 NH농협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체질 개선만으로 재무 건전성 악화를 막지 못하면 자본확충을 위해 NH농협금융지주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홍재은, NH농협생명 신용등급 전망 하락해 지주에 손 내미나

홍재은 NH농협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보험이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급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보험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재무 건전성도 낮아진 탓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NH농협생명보험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AAA’등급으로 유지했지만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NH농협생명보험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에는 앞으로 저조한 실적을 계속 거두거나 지급여력(RBC)비율이 크게 떨어지면 보험금 지급능력 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자체 수익을 통해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약화하고 있어 NH농협생명보험의 등급전망을 하항 조정했다”며 “대처능력이 미흡한 생명보험사를 두고 신용등급 재검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NH농협생명보험은 신용등급 재검토 과정에서 동양생명보험, KDB생명보험과 함께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았다. 동양생명보험과 KDB생명보험이 매각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생명보험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NH농협생명보험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홍 사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경영관리체계 강화 및 수익성 개선대책을 통해 손익과 미래가치 증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홍 사장의 계획은 NH농협생명보험의 상황에 비춰보면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NH농협생명보험은 별도기준으로 2018년 3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세 분기째 순손실을 냈다. 

2019년 1분기에 순손실 14억 원을 거두면서 2018년 4분기(순손실 1472억 원)와 2018년 3분기(237억 원)보다 순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부진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2018년 1분기부터 손실을 보고 있다. 2019년 1분기에는 보험영업손실이 무려 4981억 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보험영업에서 실적을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NH농협생명보험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193.4%로 2018년 말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271.23%에서 285.38%로 증가했다.

NH농협생명보험은 아직 실적 개선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NH농협생명보험 관계자는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갖추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신용등급 전망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NH농협금융지주도 체질 개선없이 자본확충을 하면 다시 재무 건전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자본확충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NH농협생명보험의 신용등급 전망 하락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커진 만큼 급한 불을 끄는 데 나설 수도 있다. 

NH농협생명보험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놓이면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유상증자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NH농협생명보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NH농협생명보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의 자금여력은 충분한 만큼 시기와 규모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여력비율을 200% 이상으로 높여야 장기등급 전망을 다시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NH농협생명보험의 자본확충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