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 종근당의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의약품을 대거 도입해 종근당의 성장을 이끌어 왔는데 이제 신약 개발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영주, 종근당 자가면역질환 신약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심혈 기울여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2일 증권업계와 제약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종근당이 최근 신약 연구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종근당은 2019년 1분기에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전에 따라 연구개발비로 303억 원을 사용했다. 2018년 1분기보다 31.7%나 증가했다.

김 사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신약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CKD-506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 유럽 5개국에서 임상2a상이 진행되고 있다. 임상2b상부터는 염증성장질환(IBD) 임상도 진행된다.

CKD-506은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HDAC6’ 물질을 억제해 염증을 줄이고 면역을 조절하는 ‘T세포(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다. HDAC6을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약은 아직까지 없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등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주사제인 것과 달리 CKD-506은 알약 치료제다. 따라서 복약 순응도가 주사제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복약 순응도란 처방받은 약을 환자가 전문 의료인의 충고나 지시에 따라 정확하게 복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복용 편의성이 높아질수록 복약 순응도가 올라가는데 이는 환자의 치료효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매우 중요하다.

램시마 등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대부분 바이오의약품인 것과 달리 CKD-506은 화학합성의약품(케미칼의약품)라는 점도 차별적 요소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CKD-506은 HDAC6 물질만을 억제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한 기존 경구용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다”며 “화학합성의약품이어서 고가의 바이오의약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사장이 CKD-506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전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시장 규모는 2016년 451억 달러(약 51조 원)에서 2021년 900억 달러(약 10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양(1350억 달러)과 당뇨(1100억 달러)와 함께 치료제에서 규모 기준 3대 시장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이미 세계 매출상위 제품 5개 가운데 3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두는 의약품은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로 2017년 20조7천억 원어치가 팔렸다.

김 사장은 그동안 노바티스, 머크세로노 등 글로벌 제약사를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핵심 의약품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종근당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김 사장이 대표에 선임된 2015년 종근당 매출은 5924억 원이었지만 2018년 매출이 9560억 원까지 뛰었다. 이 기간 김 사장이 도입한 해외의약품은 40개가 넘는다.

하지만 김 사장은 종근당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도입품목은 판권 연장에 실패하게 되면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을 수 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도입품목을 통한 외형 성장을 통해 신약 개발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은 현재 신약 개발업체가 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 당분간 안정적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 관점보다는 긴 호흡으로 종근당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