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중국에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2020년 중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폐지를 계기로 실질적으로 개방되는 중국 전기차시장에 자리잡는 동시에 중국 전기차시장 진입에 적극적 폴크스바겐과 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준, 폴크스바겐 믿고 SK이노베이션 전기차배터리 공격투자하나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은 14일 이사회에서 중국에 5799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김 사장의 이번 중국 투자는 2018년 9월 중국 창저우에 베이징자동차 및 베이징전공차와 합작해 배터리공장을 짓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 대규모 투자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내 배터리사업 확장을 위해 배터리공장 건립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주 공장까지 해외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에 5조 원을 투자하게 된다.

김 사장은 2022년까지 배터리 생산량을 수주물량에 맞춰 60기가와트시까지 증설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은 대규모 수주를 통해 규모의 경쟁력을 갖춰 수익성 제고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수주물량을 감안해도 2022년까지 연 60기가와트시까지 단계적으로 증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중국 공장 신규 건립은 2020년 이후 개방되는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시장이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카세일즈베이스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총 76만9천 대로 2위인 미국(20만 9천 대)보다 약 4배 정도 크다.  

김 사장은 지난 4월 중국 ‘2019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해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글로벌 전기차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시장”이라며 “중국 자동차산업과 협력해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정책 장벽에 막혀 중국시장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말 중국 베이징전공, 베이징기차와 합작해 전기차 배터리 중국생산법인인 BESK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 고객사 주문이 끊기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러야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보조금정책을 중단하는 2020년 이후를 바라보며 중국 현지사와 손잡고 생산설비 증설에 투자해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과 생산적 협력을 통해 공동 성장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따라 지난해 창저우 공장 건설에 이어 중국 현지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중국 신규공장 건립 배경에는 기존 중국 현지법인 외에도 다른 대규모 수주물량 확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최근 폴크스바겐과 합작해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증설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중국 전기차 시장에 폴크스바겐과 손잡고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시장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를 연 150만대 판매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이 필수적이다. 

김성길 현대차그룹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중국에서 배터리 생산 합작사 설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폴크스바겐의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업체인 CATL이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합작사가 설립되면 SK이노베이션도 공급업체로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4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폴크스바겐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폴크스바겐과는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는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공개한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430기가와트시로 2016년보다 약 13배 이상 늘어났다. 이번 중국 배터리공장 추가 신설이 폴크스바겐과 합작 형태로 진행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인 배터리 수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김준 사장은 "2025년, 이르면 2023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해 글로벌 톱3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목표에도 단숨에 다가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에 새로 짓는 배터리공장 장소나 부지 규모, 합작법인 여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