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대표이사가 지분 매각을 두고 기로에 섰다.

몇몇 인수후보 기업들이 투자확약서 등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본입찰 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늘Who] 김정주, 넥슨 매각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김정주 NXC 대표이사.


매각절차가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 김 대표가 매각을 철회하는 수순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인수후보 및 예상 매각대금이 김 대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1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던 넥슨 매각 본입찰이 연기됐다. 5월 말 본입찰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과 매각을 재고할 것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김 대표와 인수후보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로 막대한 매물 규모가 꼽힌다. 

김 대표는 NXC를 통해 넥슨을 지배하는데 그가 들고 있는 넥슨 지분가치(47.02%)는 7조5천억 원 정도다. 여기에 다른 계열사 지분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

김 대표는 매각대금으로 15조~20조 원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지분가치의 2배를 웃돈다.

업계는 김 대표를 게임개발자보다 사업가에 가깝다고 바라보는데 ‘사업가’ 김 대표가 책정하는 회사의 미래가치와 인수후보들이 예상하는 기업가치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후보들에 15조~20조 원은 부담스럽다. 넥슨은 2018년 1조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넥슨은 최근 몇 년 새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중국에서 PC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가 장기 흥행하며 매해 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내지만 수 년 동안 신규 흥행게임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신작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트라하’ 등을 출시하며 모바일게임부문을 강화하려 했으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모바일게임 역량에서의 약세를 가리지 못했다.

일부 인수후보는 공개매수를 진행해 일본에 상장된 넥슨 지분을 전부 인수한 뒤 나스닥시장 등에 재상장하는 방식으로 지분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때 한정된 금액으로 소액주주들의 지분까지 사들이려면 김 대표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낮게 책정해줄 수밖에 없다.

이 밖에 김 대표는 넥슨이 한국 1위 게임회사라는 점에서 대중의 시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지난해 9월 설립된 노동조합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단순하게 그가 원하는 인수금액을 제출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김 대표는 1월 회사 매각 소식이 알려진 뒤 입장문을 통해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미국 월트디즈니컴퍼니를 직접 찾아가 넥슨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마음에 둔 인수기업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거절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 대표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고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그가 선뜻 매각 계획을 철회하기도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이미 넥슨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넥슨 일본법인은 오웬 마호니 대표이사가, 넥슨코리아는 이정헌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책임경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셈이다.

공개적으로 매각을 진행하면서 넥슨 임직원의 신임도 잃었다는 말도 나온다.

기업실사 과정에서 경쟁기업들에 회사 속사정을 낱낱이 공개한 상태에서 회사를 운영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매각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관계로 구체적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NXC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