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롯데컬처웍스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미리 벗어났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롯데컬처웍스와 지분을 맞교환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선제적조치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성이, 이노션 지분 줄여 김상조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응

정성이 이노션 고문.


이노션은 10일 롯데컬처웍스와 사업협력 및 업무제휴를 통해 미디어환경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발전관계를 모색하기로 했다. 업무제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분거래도 이뤄졌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보유하고 있는 이노션 지분 10.3%를 롯데컬처웍스에 주고 롯데컬처웍스는 신주 13.6%를 발행해 정성이 고문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정 고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로 이노션 지분을 27.99% 들고 있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 지분율이 29.99%로 이노션은 가까스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주주의 지분요건을 상장회사 기준으로 기존 30%에서 20% 낮추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지분 맞교환은 개정안에 선제적으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노션 측에서도 “이번 지분 거래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으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맞교환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리 자발적으로 대응한 사례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당시 앞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하게 조사를 할 것이며 대기업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유형과 관련해 "그룹의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SI(시스템통합),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이라고 구체적으로 들었다.

두 달 뒤인 8월 공정위는 이노션의 지배구조를 꼭 집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고문의 이노션의 지분 '정리'를 계기로 앞으로 주요 그룹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물류계열사 판토스의 지분을 전량(7.5%) 매각했다.

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19.99%로 규제 대상은 아니었지만 일감 몰아주기 개정안과 관련해 선제 대응한 것이라고 분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