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구조개편에 주력할 뜻을 보이면서 중소중견 해운사 사이의 통합작업이 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해수부에 따르면 문 장관은 중견 해운사 사이의 통합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문성혁의 해운재건 강한 의지에 중소중견 해운사 통합 물살탈까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해수부 관계자는 “상위 8개 컨테이너 해운사를 6개 이내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원만한 통합을 위해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회사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에 필요한 각종 비용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해수부는 우선 중견 해운사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컨테이너 정기선부문 통합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도우면서 다른 중소 중견 해운사의 추가 통합이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해수부가 해운사 사이 통합을 유도하려는 것은 경쟁이 심한 해운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이뤄 비용구조를 개선해 해운업의 국가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이 4월에 마련한 계획대로 10월에 통합법인으로 출범한다면 국내 3위, 세계 19위의 컨테이너 해운사가 탄생하게 된다.

박도휘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대형 해운사를 중심으로 공격적 인수합병(M&A)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국내 해운사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활발한 인수합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해운업은 산업 진출이 자유롭고 서비스의 차별성이 낮아 경쟁이 심한 업종으로 꼽힌다. 경쟁력을 얻으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감축이 필수적이다. 해운사 근무 경험을 지닌 해양학자 출신인 문 장관은 해운산업 재건을 추진하며 규모의 경제를 중시하고 있다.

문 장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세계 최고 해운사 머스크가 불황기를 이겨낸 사례를 거론하면서 국내 해운산업도 규모를 키워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코스피 상장사인 흥아해운을 비롯해 동아탱커, 천경해운 등 다수의 중견중소 해운사가 실적과 재무상태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아탱커는 4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국내 해운업의 전반적 침체가 해수부의 정책 의지와 맞물려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통합 외에도 추가로 중소중견 해운사의 통합이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 해운업계에서 나온다.

중견중소 해운사 통합 이전에 국가적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는 현대상선과 SM상선 같은 대형 해운사 사이의 통합이 먼저 이뤄지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두 해운사 사이 통합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칠봉 SM상선 부회장은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는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소모적 통합설이나 사업 철수설로 한국해운의 국제 신인도가 추락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해양수산부는 해운사 사이의 통합 여부는 해당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원칙적 태도를 지키고 있다. 해운사들이 통합을 결정하면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