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핵심 신사업으로 점찍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던 PLP(패널레벨패키징) 기판사업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망이 더 밝은 사업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반영된 과감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이윤태, '야심작' PLP기판사업 넘기고 삼성전기 선택과 집중 결정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기는 30일 이사회에서 7850억 원을 받고 PLP사업부를 삼성전자 DS부문에 양도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삼성전기가 PLP사업을 삼성전자에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동안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왔다.

PLP사업을 본격적으로 성장궤도에 올리려면 수천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가 추가로 필요한 만큼 삼성전기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꼽혔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PLP사업에 5천억~6천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연간 13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PLP사업에 대규모 투자와 손실로 부담이 크다"며 "흑자전환 시기를 예측하기도 어려워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방안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기는 결국 삼성전자에 높은 가격을 받고 PLP사업을 매각하면서 그동안 투자한 금액을 보전할 수 있게 됐고 다른 사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여력도 확보하게 됐다.

PLP기판사업은 이 사장이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오른 뒤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첫 신사업인 만큼 매각이 아쉬울 수 있다.

이 사장은 그동안 PLP사업에 과감한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지속했고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PLP 신사업으로 본격적 성장의 원년을 만들 것"이라며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결국 PLP사업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최근 시장 변화에 맞춰 전장용과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 삼성전기의 투자 확대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와 5G통신 모듈에서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PLP사업을 양도한 뒤 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PLP기판은 시스템반도체에 사용되는 반도체기판의 한 종류로 향후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등 시스템반도체의 적용 분야가 확산됨에 따라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2년 안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중장기적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반면 삼성전기가 최근 들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장용과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이미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기의 생산 투자 확대가 즉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중국 톈진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공장에 5733억 원을 들여 증설 투자를 결정했지만 아직 일본 무라타 등 경쟁사를 따라잡기에는 투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
 
이윤태, '야심작' PLP기판사업 넘기고 삼성전기 선택과 집중 결정

▲ 중국 톈진의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공장.


결국 이 사장이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에서 적기에 성장기회를 잡고 시장 선점을 노리려면 과감하게 PLP사업을 포기해 투자금액을 확보해야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기에게 PLP사업 매각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성장동력을 놓칠 수도 있지만 확보한 자금을 전장용과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 투자에 활용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사장은 이전부터 과감한 구조조정과 재편으로 삼성전기의 성장을 이끈 공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기가 지난해 사상 최고실적을 보며 전성기를 맞은 것도 이 사장이 2015년부터 적극적으로 비주력사업을 다수 매각하고 적층세라믹콘덴서에 시설투자를 집중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기는 30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설비를 전장용과 산업용 제품으로 전환하는 투자를 지속하고 제품 라인업도 늘려 수요 대응능력을 더 키우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