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이라는 왕관의 무게가 무거운 모양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차기 회장부터는 정치적 외풍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회장 선임절차에 마련하고 있지만 ‘바람 잘 날 없는 KT’의 잔혹사가 끊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석채 또 구속영장' KT 회장 잔혹사, 황창규 남은 임기도 불편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이석채 전 KT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의 KT 부정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6일 이 전 KT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무죄가 확정돼 지난해 말 법원으로부터 4년 동안의 억울한 재판 과정의 보상 차원에서 형사보상금까지 받았지만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KT 회장 시절의 일로 다시 구속 기로에 서게 됐다. 

이 전 회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KT 회장에 임명됐고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배임·횡령 혐의로 끊임없이 검찰수사를 받았고 결국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2013년 11월 사퇴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형사보상 결정 당시 한국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34차례 재판에 출석하면서 세월을 보냈지만 청와대의 ‘하명수사’였기 때문에 담당 검사를 원망하진 않는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KT 회장의 수난사는 이 전 회장뿐만이 아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되고 난 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들이 수사대상에 오르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KT 민영화 이후 첫 최고경영자를 지낸 이용경 전 KT 사장은 2005년 3월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같은 해 8월 임기 만료에 맞춰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래 “민영 초대 사장으로 연임의 전통을 만들겠다”며 연임 도전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공모 과정에서 돌연 철회 의사를 내놓았다.

그 뒤 남중수 전 KT 사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각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등 정권이 바뀌는 시점과 맞물려 비리,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모두 중도퇴진의 길을 밟았다. 

황 회장도 연임 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사당국의 조사선상에 올라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황 회장은 국회의원 등에게 불법 후원금을 지급한 의혹과 더불어 경영고문 등에게 고액 고문료를 지급한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2월 다보스포럼에서 “통신 기업을 6년 동안 이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는데 일련의 수사 과정에 대한 피로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KT는 최고경영자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확대되고 검찰의 수사가 지속된다면 회사가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석채 전 회장은 사퇴할 당시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검찰수사 등 일련의 사태로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한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공식 절차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최고경영자를 공모하는 회사들은 레임덕 등을 우려해 대개 임기 마지막 해 중후반에 다음 회장 선임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인데 황 회장은 벌써 지배구조위원회를 가동해 후보자를 꾸리고 있다. 

10달가량 임기가 남아있지만 조기에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황 회장의 행보와 차기 회장 경쟁구도에 더욱 관심이 몰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