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세계로!(Go! Global)라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비전을 향한 새로운 도약이 될 것이다.”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은 23일 베트남 호치민 증권거래소에서 호아빈건설그룹(HBC)과 사업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현대엘리베이터 해외성과 절실, 장병우 베트남에 '베팅'

▲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


해외시장 확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속성장을 위해 장 사장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국내 승강기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는 4만9807대의 승강기가 새로 설치됐다. 2017년보다 2% 늘었는데 2016년 18%, 2017년 8% 증가한 것과 비교해보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사업비중이 높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772억 원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2328억 원에 그친다. 해외 매출비중은 12%로 2016년 18%, 2017년 14%에서 매년 줄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외시장 성과가 필요한 셈인데 장 사장은 베트남을 선택했다.

승강기는 기본적으로 고층건물에 설치되는 제품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에서만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성장한 국가가 아닌 현재 성장 중인 국가라면 수요는 더욱 빠르게 늘 수 있는데 베트남은 성장성 측면에서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7년 베트남은 국내총생산 2239억 달러로 세계 45위에 그쳤지만 경제성장률은 6.8%로 세계 20위에 올랐다.

베트남은 2017년뿐 아니라 2015년 6.1%, 2016년 6.9% 등 매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경제성장에 따라 고층건물도 늘고 있다.

베트남은 오티스 등 현대엘리베이터보다 역사가 오래되고 인지도 높은 글로벌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유럽, 북미시장 등과 달리 시장 확장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4년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베트남에 진출한 뒤 그동안 호아빈건설그룹을 파트너 삼아 여러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장 사장은 이번 기회에 지분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약 280억 원을 투자해 호아빈건설그룹 지분 11.3%를 취득했는데 현대엘리베이터가 2018년 연결기준으로 14억6천만 원, 개별기준으로 24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이번 투자는 장 사장이 2016년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에 오른 뒤 진행한 가장 큰 규모의 해외투자이기도 하다.

호아빈건설그룹은 이번 전략적 제휴에 따라 앞으로 직접 시행하는 사업은 현대엘리베이터 제품을 전량 채택하고 설계, 시공 등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현대엘리베이터 제품의 우선 채택을 검토한다.
 
[오늘Who] 현대엘리베이터 해외성과 절실, 장병우 베트남에 '베팅'

▲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앞줄 오른쪽)이 23일 베트남 호치민 증권거래소에서 레 비엣 하이 호아빈건설그룹 회장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호아빈건설그룹은 베트남 2위 건설업체로 베트남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다. 2017년 매출 규모는 7986억 원(16조 동)으로 매년 50% 가량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호아빈건설그룹은 베트남뿐 아니라 주변국으로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제휴에 따라 베트남뿐 아니라 주변국 등으로 동남아시장을 확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베트남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어 호아빈건설그룹과 협력효과를 극대화할 여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장 사장은 승강기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LG그룹의 전신인 금성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LG상사 전무, LG산전 빌딩사업본부 부사장, 오티스LG엘리베이터 대표, 오티스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거쳐 2016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영업외비용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이 대거 발생하며 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장 사장은 2015년 순손실을 낸 현대엘리베이터를 2016년 흑자로 돌려세운 뒤 매년 순이익을 내고 있다.

1946년 태어나 적지 않은 나이지만 3월 연임에 성공하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예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