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장 진옥동 일문일답, "상경계 아닌 IT인재로 디지털 전환"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진옥동 신한은행 행장이 26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다음은 진 행장과 일문일답이다.

- 디지털쪽 관련해서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혁신전략이 있는지.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 이르기 위해서는 조직이 디지털을 향해 변신해야 하고 그전에 디지털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사실 디지털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조직의 문제가 있다. 인력 채용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은행원은 상경계 출신을 뽑아서 전환배치로 IT인력을 양성했다. 그러다보니 본인의 능력에 따른 것보다는 인사순환에 따라서 디지털인재로 성장한다.

IT 기본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을 뽑아서 그들이 영업점에 나가서 고객과 접하고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개발해내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 신한금융그룹이 혁신추진위원회를 꾸렸는데 여기에서 신한은행의 역할은?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혁신과 GIB(글로벌자산운용)에서 혁신성장 지원역할을 맡았다. 그룹 매트릭스에서 중복된 업무의 채널들이 있는데 이들을 통합해 한 곳에서 기업여신 제도를 혁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이 중단됐는데?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부문이 매트릭스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지주를 중심으로 진행된 사안이었다. 토스뱅크가 진행되면서 이견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뿐 아직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토스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뒷이야기는 당분간 얘기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 인수인계하는 동안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에게 어떤 조언을 받았는지

“조 회장은 조직 안정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했고 리테일(소매금융)과 기업여신부문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기업여신부문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위 전 행장은 기관영업에서 많은 성과를 냈고 플랫폼을 꾸려놨기 때문에 이 부분을 상당히 세세하게 챙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디지털 관련해서도 근시안적으로 보지말고 길게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직원들과 깊이 얘기하려 한다.“

- 경기침체로 자영업자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들을 겨냥한 포용적금융의 구체적 대책은?

“2월에 조 회장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데 이를 도울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2월 말에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유지하면 여신금리를 0.2%포인트를 낮춰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서로 윈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소호(소규모 개인사업)사관학교’와 자영업자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올해 소호본부를 따로 세워 기업부문에 붙여서 사업을 하고 있다. 소호가 한국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소호가 살지 않으면 한국경제에도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 일본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글로벌 전략이나 영업 아이디어는?

“글로벌은 투트랙으로 전개해야 한다. 하나의 트랙은 기축통화 지역에서의 전략이 굉장히 중요하다. 두 번째는 국가의 경제발전 속도와 맞춰서 금융수요가 늘어나는 신흥국에서의 전략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지만 통화 안정성이 굉장히 약한 국가다.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급등하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외국에 줘야한다. 기축통화지역에서 전략은 그 지역의 기축통화를 조달할 채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흥국 진출은 가능성이 있는 곳에 집중투자해서 그 지역에서의 초격차를 이뤄야한다. 의미있는 성장을 하고 있는 베트남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지역에서 초격차를 벌려나가야 한다.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한정된 자본을 여기저기 뿌리지 않고 유의미한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기축통화지역에서 인수합병인 지점 추가 등 진출 계획이 있나?

“마음 같아선 인수합병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하고 의미있는 수준이 되려면 규모의 경제를 보일 수 있는 크기가 되야하지만 자본의 한계가 있다.

다만 내가 자산이 많아도 팔고 싶을 때 못파는 것은 자산이 아니다. 글로벌 전략도 마찬가지다. 신흥국은 한국이 위기를 맞으면 같이 맞는다. 그렇다면 전략적 포트폴리오로서 반대지역인 미국, 일본 등에 유동성 있는 자산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글로벌에서 일본 금융회사들이 기업금융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가 배울점은? 한국이 더 잘하는 점은?

“일본의 사례를 한국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엔화가 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가져가면 이를 대출로 받으려는 수요가 아주 많다. 우리가 따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본은 통화로 글로벌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통화를 가져가서 미국 달러화로 바꿔야 되서 환리스크를 우리가 짊어지게 된다.”

- 취임사에 ‘진정한 리딩뱅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경쟁자와 격차를 벌이기 위한 어떤 방법이 있을까

“리딩뱅크라는 의미를 다르게 보고 있다. 재무적으로 1천억 원 정도 이익을 더 냈다고 해서 그 은행이 리딩뱅크인가. 동의하지 못한다. 

독일 지멘스는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지 말아라’라고 얘기한다. 신한은행에서 근무하면서도 ‘진정한 상인은 상대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란 말을 들었다.

은행이 고객을 이익 창출 수단으로 봐선 안 된다.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 줘야한는 명제를 지켜야한다. 그 과정에서 은행은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앞뒤가 뒤집혀서는 안 된다. 

숫자로 줄을 세우는 것보다는 진정한 리딩뱅크를 추구해보려 한다.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