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한국인이 이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독일에서 열린 국제경쟁회의에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포스코를 예시로 들면서 한 말이다.
 
[오늘Who] 김상조, 혁신성장 위해 인수합병 놓고 재벌 달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위원장은 13일 세르비아에서 열린 국제경쟁정책워크숍 기조강연에서도 "재벌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단순하게 인사치레로 한 말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대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태도를 보면 최근의 기업친화적 발언을 반드시 빈말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만간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다. 이 안건은 공정위가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전례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당시 공정위는 전국의 방송권역별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 결과 일부 권역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결합이 소비자 편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에서는 권역이 아닌 전국 기준으로 심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유럽 출장 중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는 3년 전과 같은 상황이 아니다”며 "공정위는 좀 더 경제적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등의 향후 기업결합 심사에 선례가 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방송통신 대기업들의 인수합병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서도 두 회사의 합병은 "독점과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조선산업은 상품군이 다양하고 공급자가 한국에 있더라도 수요자는 세계에 퍼져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유럽연합 각국을 방문한 상황 자체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과 연관돼 있다는 조선업계의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에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수장들과 만난 점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된 의견을 살피는 계기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혁신성장에 힘을 싣는 문재인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기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시장상황과 산업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그동안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기업결합 심사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약점으로 꼽히는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혁신성장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시장의 활성화도 주요 과제로 꼽고 있다.

기업에게 인수합병은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대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해 시장을 재편하거나 중소기업·벤처기업 인수합병을 기반으로 새 기술이나 수익원을 얻을 수 있다.

김 위원장도 공정경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빠르게 진행해 인수합병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내놓은 공정위의 2019년 업무계획에도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없는 대기업의 기업 인수를 신속하게 심사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에게 4차산업혁명 시대의 인수합병은 혁신성장의 계기이고 스타트업에게는 도전에 따른 보상”이라며 “인수합병을 활성화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는 일도 공정위의 막중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