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회사들이 조선업계의 후판 동결 요구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조선용 후판 장사는 수지가 안맞았다며 가격을 꼭 정상화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조선사의 후판 동결 요구에 '우리도 어렵다' 난색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사들과 철강사들은 후판값을 두고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째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다.

협상이 늘어지는 것이야 새삼스런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양자가 유독 팽팽하게 대치 중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7일 추가적 비용 부담을 감당할 만큼 조선시황이 살아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공개적으로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강업계도 할 말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기간에 손해를 봐가며 후판을 팔아온 데다 원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상생’을 하자고 하지만 정작 우리가 어려울 때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을 올려주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최근 몇 년 조선업황을 고려해 후판을 원가 또는 원가 이하로 판매하다가 이제 좀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후판을 판매해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재투자를 하면서 선순환을 해야 하는데 지금 수준의 가격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1월 콘퍼런스콜에서 나란히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선용 후판 가격은 2016년 하반기부터 다섯 반기 연속으로 올라 현재 톤당 60만 원 중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2008년에 110만 원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게다가 철강제품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 다롄 선물거래소의 철광석 선물가격은 2월 한 때 톤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톤당 70달러 수준이었는데 그새 20달러 이상 급등했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가 광미댐 사고로 향후 3년 동안 철광석 생산량 목표를 기존보다 10% 낮췄기 때문이다.

이원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톤당 90달러 이상으로 높아진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올해 1분기에 77달러 정도를 보인 이후 연말까지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연평균으로는 전년보다 6.8% 올라 가격이 한층 '레벨 업'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 철강사들이 그만큼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러나 중국의 열연 유통가격은 1월 초 톤당 540달러에서 1월 말 563달러로 20달러 이상 상승한 반면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같은 기간 1만 원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3월부터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유통용 열연과 일반 후판 가격을 3만 원 올렸지만 수요가 부진하다보니 판매점과 대리점 등에서 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제철은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가량을 관계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내는데 여기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 조선용 후판 가격을 올려야 할 이유가 더 크다. 현대기아차 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영업이익률도 2017년 7.1%에서 지난해 4.9%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사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조선향 후판과 자동차 강판 등은 원재료의 가격 반영이 비탄력적이라 철강사들이 이번에도 단가 인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 부담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