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의 '빅2'체제로 개편을 앞두면서 선박 건조가격을 놓고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이를 계기로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양강체제는 선박 건조가격 상승동력

▲ 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그동안 조선3사는 불황에 따른 수주 가뭄에 시달리면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빅2체제로 바뀌면 경쟁 강도가 완화하는 만큼 건조가격 상승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인수 이후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두 업계 공룡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선박 건조가격을 끌어올리기 충분할 것”이라며 “이미 선박을 인도받은 선주들은 이득을 봤지만 이제 발주를 준비하는 선사들은 앞으로 배를 짓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박 건조가격은 불황으로 곤두박질했다가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호황기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특히 조선3사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LNG운반선 건조가격이 관건이다

영국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운반선 평균 건조가격은 2011년 2억 달러를 넘었으나 2015년 1억9900만 달러, 2016년 1억9700만 달러로 내렸고 2017년과 2018년에는 1억8200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올해 1월은 1억8400만 달러로 소폭 오르긴 했지만 조선3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 가격 상승은 필수라고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21일 수주한 LNG운반선 4척은 척당 1억9300만 달러로 클락슨이 제시한 1월 평균가격보다 5%가량 높다. 다만 이는 배가 높은 사양으로 발주된 데다 기존보다 늦은 인도 예정일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조선3사의 한 관계자는 "카타르와 미국, 나이지리아 등 LNG 수출국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LNG운반선 발주량은 최소 지난해 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 발주량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선박 건조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LNG운반선 발주량을 69척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4척 많지만 큰 폭의 증가로는 보기 어렵다. 발주량보다는 건조가격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발주량 측면에서는 놀랄 만한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건조가격 상승이야말로 향후 실적 개선의 열쇠”라며 “특히 LNG운반선은 수익성이 다른 배들보다 높기 때문에 건조가격이 오르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조선3사의 또 다른 주력 분야이자 고부가가치 선종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도 주목된다.

올해 1월 기준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평균 건조가격은 9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18년 9250만 달러보다 0.5%  2017년 8150만 달러보다는 14%가량 비싸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