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성장성과 경영 투명성을 함께 입증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12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상장유지 결정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유지 ‘졸속결정’ 논란에 부담 백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 결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8일 밝힌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심의 안건과 의사록 내용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실질심사의 부실함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 재개 결정은 ‘본질을 외면한 삼성 봐주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28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2018년 12월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상장 당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의 형식적·질적 심사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8일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정 재무제표가 당시 상장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불리한 규정은 숨기고 유리한 규정만 내세워 기업심사위원회를 통과시켰다”며 “상식적으로도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회사가 상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기업심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완전자본잠식이란 기업이 적자를 계속하면서 잉여금은 물론 납입자본금까지 까먹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상태를 말한다. 기업의 자본은 납입자본금과 잉여금으로 구성된다.

이를 놓고 한국거래소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상태 개선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한 대표는 2019년 의약품위탁생산(CMO) 등 본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을 보여주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경영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져 부담을 안게 됐다.   

김 대표는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9년 1월 현재 27건의 의약품위탁생산 수주와 14건의 의약품위탁개발(CDO)·임상시험대행(CRO) 프로젝트 등 모두 41건을 수주했으며 20개 이상 기업과 협상 중”이라며 “연말까지 의약품위탁생산 12건, 의약품위탁개발·임상시험대행에서 10건 이상을 추가로 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주 등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겪고 있는 경영 관련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분식회계 혐의 관련 소송에도 대응해야 하는 한편 경영 투명성에 관한 부정적 시각을 씻어내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해 당장 기업의 성장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18년 12월10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유지 결정 뒤 2019년부터 경영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9년 1분기부터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주기적 점검과 지원 등을 통해 감사위원회가 실질적 감사기능을 지니게 하고 내부회계 검증 부서 등을 새로 만들어 감사위원회 중심의 내부회계 관리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구체적 개선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 투명성 개선 계획에 ‘엄격한’ 시선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그와 관련된 내부 조치들의 자세한 사항을 대외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9일 법원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중지를 내린 것을 놓고 30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