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장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수주잔량을 확보했는데 미국, 중국, 헝가리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규모로는 수주잔량을 모두 소화하기 버거워 김 사장이 생산규모의 확대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Who] 김준, SK이노베이션 전기차배터리 글로벌기지 서둘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15일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량은 LG화학과 CATL에 이은 글로벌 3위”라며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주가 늘어날 것까지 감안하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량은 2018년 말 기준으로 320기가와트시(GWh)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0조 원이나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2019년 1월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1년 생산규모는 국내 서산공장의 연 생산능력 4.7기가와트시가 전부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중국,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지만 이 공장들이 완공되는 2022년 예상되는 전체 생산규모는 연 55기가와트시 수준이다. 수주 물량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 사장은 이미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 

10일 김 사장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현장에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100억 달러(11조2천억 원가량)를 투자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3조6천억 원을 글로벌 생산기지 3곳을 건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7조6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인 셈이다.

김 사장은 비교적 구체화된 계획표까지 내놓으며 투자가 실행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김 사장은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를 100기가와트시(GWh)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먼저 2022년까지 생산 규모를 55기가와트시로 늘린다는 기존 계획을 60기가와트시까지 높여 잡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김 사장의 인터뷰와 함께 그가 글로벌 생산기지들이 완공되기도 전에 증설 투자를 실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짓고 있는 세 거점 지역 가운데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가장 큰 규모의 증설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북미 지역의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9.8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폴크스바겐의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단독으로 도맡는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미국 생산공장의 증설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 공장 부지를 연 50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확보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폴크스바겐이 이날 발표한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계획이 SK이노베이션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는 8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공장을 짓는 테네시주는 SK텔레콤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 예정지인 조지아와 인접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경과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실제 폴크스바겐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SK이노베이션이 헝가리 코마롬과 중국 창저우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도 여유 부지가 있어 증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김 사장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올리는 것은 수요 대응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과점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어서 시장 지위가 굳어지기 전에 선두권 생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을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4개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55.8%에서 2018년 64.1%로 높아졌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1위 회사인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어 2018년 월별 누적 출하량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2위 회사인 중국 CATL은 지난해 12월 미국 지사를 내며 수주의 폭을 해외로 넓히고 있다.

3위 회사인 중국 BYD는 완성차를 만드는 회사로 전기차시장의 성장 전망에 따라 점유율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4위 회사 LG화학은 2017년 말 42조 원의 수주잔고를 2018년 말 85조 원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출하량 기준으로 10위권 바깥에 위치해 있으며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3위 수준의 수주잔량을 빠르게 소화하며 추가 수주를 통해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과점시장에서 공급회사로서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김 사장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2018년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워싱턴시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앞으로 배터리사업이 잘 된다면 5조 원을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