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 파업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불편하다

▲ 8일 오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KB국민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의 파업은 존중받아야 한다.

KB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매우 차갑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대기업 노조의 파업을 놓고 여론이 따뜻했던 적은 없지만 이번 파업을 놓고는 유독 날선 말들이 쏟아진다.

모든 노동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지니고 있다. 노동자의 준엄한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명문으로 밝히고 있다. 

노동3권 가운데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은 가장 핵심적이고 실질적 권리로 꼽힌다. 실제 사용자를 움직이는 강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의 명분으로 조직에서 상대적 약자인 신입행원과 가장 낮은 직급의 여성행원의 처우 개선을 내세웠다.

이번 파업 참가율이 높았던 이유도 상대적 약자를 향한 차별적 관행을 없애야 하며 은행조직에도 예외가 없다는 노조의 명분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라는 국내 최대 은행, 1위 은행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 같은 조직 안에서도 차별받고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면 이들의 권리를 높이기 위한 파업은 더욱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은행이 하루라도 문을 닫으면 당장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피해를 보는 만큼 파업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불편에 따른 쓴소리 역시 KB국민은행 노조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이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으로 쏠리는 분위기는 분명 문제가 있다.  

KB국민은행은 평균 연봉이 9100만 원으로 급여 수준이 높은 금융권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처우 역시 중소기업이나 일반기업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다.

KB국민은행 노조를 귀족노조로 몰아붙이며 월급을 많이 받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지적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거나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시원한 질책이다.

그러나 급여를 1억 원을 받는지, 100만 원을 받는지는 파업의 정당성을 따질 때 기준이 될 수 없다. 돈을 많이 받는다고 파업하면 안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면 그것만으로도 파업 당위성은 충분하다.

첫 파업은 일단 마무리됐다. 이제는 정말로 협상에 나서야 할 때다.

파업이 반복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은 회사든 노조든 모두 명심해야 한다.  

노조는 앞으로 4차례 더 파업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지금과 같이 노사가 쟁점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면 추가 파업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준엄한 파업은 결국 협상으로 완성돼야 한다. 협상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때로는 스스로 소중한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아픔까지 받아들여야만 한다. 

노사가 협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영화 '링컨'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영화는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종전을 앞두고 노예제 폐지를 명문화한 헌법 13조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대’를 위해서라면 ‘소’를 희생하는 협상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1860년대 공화당에서 링컨보다 급진적 성향을 보이며 강하게 노예제 폐지를 주장했던 테디어스 스티븐스(Thaddeus Stevens)는 ‘흑인과 백인의 무조건적 평등’이라는 신념을 포기한다. '위대한 협상' 앞에 그의 '절대 신념'을 헌납했다.

그는 막판에 한 발 후퇴하면서 ‘법 앞의 평등’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자 그동안 그의 급진적 신념에 강하게 반발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한층 누그러지면서 결국 노예제는 폐지된다.

그의 아내는 흑인이다. 노예제 폐지 법안 원문을 집에 들고가 아내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때로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한 발 물러나야 할 때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