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의 스핀닥터(정치전략가)’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서 주요 정치현안을 함께 논의하면서 관련된 의제 설정과 홍보, 조직 관리에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오늘Who] 노영민, 경제에서도 문재인의 '전략가' 역할 한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노 실장은 이제 정치뿐 아니라 경제 문제에서도 문 대통령의 스핀닥터로 떠오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전날 노 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계 인사와 만남도 비서실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제계 인사의 만남은 흔치 않은 일로 취급돼 왔다. 임종석 전 실장이 2017년 말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났다가 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경제계 인사를)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 달라”며 노 실장이 재계와 소통할 길을 사실상 열어줬다.

노 실장도 문 대통령에게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산업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관련 산업 동향을 직접 설명했다고 전해졌다.

노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산업 관련 경험을 살려 정부의 경제 ‘올인’ 기조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문 대통령이 그 예상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노 실장은 노동운동가에서 중소기업인으로 탈바꿈한 이색 경력을 지녔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기기술자로 일하다가 1986년 금강전기를 설립해 10여 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의원 시절에도 기업인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계와 가깝게 지내면서 ‘시장을 아는 운동권’으로 불렸다. 국회에서는 지식경제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특히 반도체산업에 상당한 관심을 쏟기도 했다. 2008년 ‘반도체의 날’ 제정을 주도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회사들과도 교류를 이어갔다.

노 실장이 임명되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도 그의 폭넓은 산업 관련 경험과 인맥을 토대로 혁신성장 노선에 탄력을 더욱 실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노 실장은 국회에서 오랫동안 신성장산업 포럼을 이끌면서 산업경제계를 비롯한 각계 현장에서 풍부한 네트워크와 소통능력을 쌓아왔다”며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 상황의 최고 적임자”라고 말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노 실장은 회사 경영경험과 실물경제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경제를 정확히 진단해 문 대통령에게 고언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경영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경제를 살릴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기대를 바탕으로 경제 정책과 소통 양쪽에서 보폭을 더욱 넓히게 됐다. 다만 경제정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일정 부분 함께 짊어지게 됐다.

노 실장이 9일 청와대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도 현재 상황을 둘러싼 각오와 고민이 읽힌다.

그는 “성과를 내는 청와대이자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며 “현장을 찾아 국민의 여러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내 방의 문은 언제든 활짝 열려 있다”며 “국민을 위한 조언이라면 무엇이든 듣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