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이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두산의 전지박과 연료전지사업 성장방안을 찾는다.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은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이 원자력 발전시장의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자체사업의 성장이 시급한 상황이라 박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작지 않은 의미를 띤다.
 
[오늘Who] 박지원, 두산 전지박과 연료전지사업 확장 길 찾는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8일 박 부회장은 동현수 두산 사업부문 부회장, 형원준 두산그룹 최고디지털경영자 사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들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2019(CES 2019)’를 참관한다.

두산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로보틱스, 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의 전시관을 둘러보며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신사업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전지박과 연료전지 등 두산의 자체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부회장의 CES 참관은 박 회장이 말한 신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CES에서 자동차 관련 전시를 눈여겨볼 가능성이 크다.

올해 두산이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고 한 전지박사업과 연료전지사업이 각각 전기차와 수소차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전지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두산은 헝가리에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1만 톤 규모의 전지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데 글로벌 수요 증가를 감안해 생산 규모를 5만 톤까지 늘리기 위한 증설 부지를 이미 확보해뒀다.

헝가리 생산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룩셈부르크의 동박 계열사 서킷포일의 생산 라인을 일부 개조해 상반기 안에 전지박 생산을 늘릴 계획을 추진한다.

두산은 서킷포일에서 현재 1년에 40억 원가량의 전비박 매출을 내고 있는데 증권가에서는 1만 톤 규모의 헝가리 공장이 완공되면 두산의 전지박 연 매출은 1700억 원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전지박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시장 규모는 2016년 25기가와트시(GWh) 수준에서 2025년 최소 300기가와트시~최대 1천 기가와트시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박 부회장은 전기차회사들의 부스를 둘러보며 고객사가 될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고객사 확보에 나설 공산이 크다.

두산은 이미 삼성SDI, LG화학,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회사와 전지박의 장기 공급계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으며 테스트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의 연료전지사업은 2018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194억 원을 냈지만 4분기에 영업이익 197억 원을 거둬 가까스로 1년 기준 흑자를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연료전지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업체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도 박 부회장의 주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두산의 연료전지사업은 수소차나 수소전기차에 직접 쓰이는 소형 연료전지가 아닌 건물 및 발전용 대형 연료전지이지만 박 회장은 수소차 시장의 동향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두산 연료전지의 개질기(액화천연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장치)가 수소차 충전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 부회장이 CES 참관을 통해 전지박과 연료전지 이외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수도 있다.

두산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특정 사업과 관련한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CES를 참관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계획에 맞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을 도입할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그룹 내부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 신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