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퀸의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하지만 영어숙어로  어떤 시련과 좌절, 난관이 있더라도 이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다. ‘함께 잘 사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놓은 경제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주요 기업이 마주한 새해 현안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공정경제와 혁신성장
 [2]3~4세 경영, 세대교체
 [3]성장, 사업재편
 [4]상생과 투명경영
 [5]경쟁, 지배구조
 
[신년기획] 김상조, 일감몰아주기와 하도급 문제는 소처럼 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1만 리를 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새해 포부로 제시한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뜻이다. 

2018년에 여러 공정경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큰 틀을 짰다면 2019년에는 그 정책을 우직하게 추진해 공정거래 실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31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9년부터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 하도급거래 등을 본격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에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조사에 힘쓰면서 제재의 기반으로 삼을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추진한 만큼 2019년에는 실제 제재를 통한 거래질서 개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31일 공정거래위 신년사에서 “일감몰아주기 사건을 일관성 있고 엄정하게 처리하면서도 ‘일감 개방’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하도급 분야에서도 ‘갑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경천동지할 새 의제(어젠다)를 꺼내는 방식으로 일할 생각은 없다”며 “재벌 개혁에서 역점을 둔 분야가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 하도급인 만큼 특정 사건의 조사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개선 여부를 세심하게 따져 꾸준하게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의 대표 부당거래로 꼽힌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내부거래로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의 배만 부당하게 불려줄 수 있다. 

공정위의 조사결과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이 2017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11.9%를 내부거래로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2018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살펴보고 있는 삼성그룹 SK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미래에셋그룹 등 6곳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 사무처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받은 하림그룹 태광그룹 대림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4곳의 총수 고발을 2018년 말에 잠정 결정한 전례가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을 넓힌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앞으로 더욱 많은 대기업집단이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와 다른 부처의 연계를 강화해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은 대기업집단이 다른 부처의 규율로도 불이익을 받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예컨대 한 대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으면 그 기업의 주주인 국민연금에서 이들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가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받은 회사가 일감을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개방했는지도 계속 추적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도 세웠다.

그는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대상으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제도적 보완도 병행해 기업에 일관된 신호를 주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에 조선업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하도급 불공정거래 제재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18년 11월 ‘조선사 하도급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대형 조선사가 하도급법을 어긴 혐의를 상당 부분 인지하고 있다”며 “사건 조사와 처리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8년 12월 대우조선해양에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대우조선해양을 조사한 결과 사내 하도급회사에 해양플랜트와 선박 제조 대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갑횡포’를 저지른 정황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도 조사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두 회사의 제재도 2019년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2018년 말 공기업에서 잇따랐던 안전사고를 기점 삼아 공공 부문의 하도급 불공정거래를 개선하는 것에도 힘쓰기로 했다.

하도급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해 왔던 한화S&C와 한일중공업의 영업정지를 추진하는 등 ‘솜방망이’ 지적을 받아왔던 제재 수위도 높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