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석 대신증권 사장과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각각 그룹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보폭을 달리하고 있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아들을 적극적으로 경영의 최전선에 놓는 반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아들을 소규모 계열사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도록 한다.
 
이어룡 대신증권 경영권 승계 서둘러, 김익래 다우키움은 차근차근

▲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오너 일가가 들고 있는 지분의 차이가 경영권 승계에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도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금융그룹과 다우키움그룹에서 지분 매입과 승진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양 사장은 24일 대신증권 주식을 1만 주 사들였다. 하반기 들어 꾸준히 매수해 올해 23만 주 이상 늘렸다.

부사장에 오른 2010년 27만9170주를 늘린 뒤 최대 규모다. 올해 주식을 매입하는 데 30억 원 정도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장내 매수로 양 사장의 지분은 7.48%가 됐다.

양 사장과 이어룡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들고 있는 대신증권 지분은 11.86%에 불과하다.

경영권 위협을 언제든 받을 수 있어 양 사장이 지분을 늘린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2007년 외국계 투자사인 모건스탠리, 2008년 롯데그룹, 2017년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 등이 대신증권을 적대적 인수합병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전에도 저가라고 판단했을 때 꾸준히 매입했다”며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들이 우려하기 때문에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오너 일가라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어린 나이에 경영에 참여했다. 이 회장이 아들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오너 리스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양 사장은 2006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해 2년 뒤 28세의 나이로 부사장에 올랐다. 2010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2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2014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와 함께 대신증권을 이끌고 있다. 양 사장은 1981년생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양 사장은 증권업을 비롯해 대신F&I와 저축은행 계열사 등 그룹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며 “대신증권 업무는 나 대표이사가 주로 맡는다”고 말했다.

반면 김동준 대표는 비교적 단계를 밟으며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2019년 1월1일 키움인베스트먼트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김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머니’는 다우키움그룹의 지주격 회사인 다우데이타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을 21.8%(9월30일 기준)까지 늘렸다. 

이머니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40.64%)에 이어 다우데이타의 2대주주다. 자사주 비중을 제외하면 김 대표는 이머니에서 절반이 넘는 지배력을 행사한다. 김 대표는 다우데이타의 지분 3.39%를 직접 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을 놓고 봤을 때 김 대표는 양 사장보다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이 회장보다 아들을 그룹 경영의 최전선에 놓는 데 신중할 수 있는 이유다. 

김 대표는 학업을 마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 2014년 계열사인 다우기술에 사업기획 차장으로 입사해 다음해 32세의 나이에 이사로 승진했다. 2016년 상무로 승진하며 다우데이타로 옮긴 뒤 2017년 전무로 승진했다. 

김 대표 역시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부사장에 오른 나이를 놓고 비교하면 양 사장보다 7~8년 늦다. 김 대표는 1984년생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기술 벤처에서 시작해 회사를 금융그룹으로 키워낸 만큼 김 대표이사도 다우기술과 다우데이타에서 정보통신기술과 관련한 업무를 경험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이사를 키움인베스트먼트로 보낼 때도 정보통신기술 경험을 쌓았으니 투자업계의 상황을 공부하라는 뜻이라고 업계는 평가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도 키움증권 사장에 오르기 전 키움인베스트먼트에서 3년 동안 대표이사를 지냈다.

키움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김 대표가 부사장을 승진한 것과 관련해서 말 해 줄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김 대표이사가 언제 또 다른 자리로 옮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