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 검찰의 ‘일감 몰아주기’ 수사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려면 문제가 된 계열사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낮춰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오늘Who] 박문덕, 검찰수사에 하이트진로 경영권 승계 묘수 찾을까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왼쪽)과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24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13일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하이트진로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박 회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박문덕 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 부사장이 2007년 인수한 생맥주기기 납품기업 서영이앤티에 100억 원에 이르는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월 박 부사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이 박 부사장에게 하이트진로그룹을 물려주는 데 매우 중요한 기업이다.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를 통해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지분 50.86%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29.49%밖에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들고 있어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서영이앤티는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지분 58.44%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따라서 박 회장이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서영이앤티에게 넘기면 막대한 증여세 없이도 ‘박 부사장 ->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장남의 지분이 50% 이상인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운 뒤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형적 모습이다. 

하지만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런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서영이앤티가 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인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 부담을 느껴 내부거래 비중을 갑자기 줄이면 매출이 급감해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을 12% 밑으로 낮춰야하지만 서영이앤티는 2017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23.8%에 이른다.

서영이앤티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일도 쉽지 않다.

서영이앤티는 맥주냉각기, 맥주통 등 맥주기자재 생산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하이트진로와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최근 식품사업, 유통사업 등 사업다각화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려 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2014년 신사업으로 ‘키즈카페’을 시작했지만 경쟁 격화로 적자가 지속되자 2016년 사업을 중단했다.

서영이앤티가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지 못한 채 내부거래 비중을 줄인다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는 검찰이 어떤 조사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며 “이와 관계없이 서영이앤티는 계속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