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대기업 총수 일가를 이사로 등재한 회사들을 살펴본 결과 총수들이 책임경영보다 지배력 확대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수 일가가 어떤 회사의 이사로 등재되면 대체로 등기임원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책임도 함께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대기업 계열사는 8.7%에 그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내놓은 ‘2018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보면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49곳의 소속 회사 1774곳 가운데 총수 일가를 1명 이상 이사로 둔 회사는 5월 기준으로 386곳(21.8%)에 머물렀다.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155곳(8.7%)으로 더욱 적었다. 

공정위는 2018년 기준으로 자산 5조 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집단 60곳 가운데 56곳의 소속 회사 1884곳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현황을 조사했다.

나머지 4곳 가운데 3곳은 2018년에 새로 지정돼 빠졌고 1곳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이다. 

공정위는 2015년~2018년 동안 계속 분석된 기업집단 21곳의 소속 회사 1006곳만 살펴본 결과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2015년 18.4%에서 2018년 14.8%로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기간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5.4%로 같았다.  

총수 본인이 기업집단의 어떤 소속 회사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기업집단은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 CJ 대림 미래에셋 효성 태광 이랜드 DB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한솔 등 14곳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신세계 CJ 미래에셋 태광 이랜드 DB 동국제강 등 8곳은 총수 본인은 물론 2세나 3세도 이사로 등재된 소속회사가 전혀 없었다. 

공정위는 2018년 기준으로 총수 일가를 1명 이상 이사로 등재한 회사 386곳을 살펴본 결과 주력 회사와 지주회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등에 몰려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주력 회사는 자산 2조 원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를 말한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주력 회사는 분석대상 107곳 가운데 46.7%(50곳)로 집계됐다. 비상장사 등의 기타 회사는 분석 대상 1667곳 가운데 20.2%(336곳)이었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지주회사 비율은 분석 대상에 오른 지주회사 22곳 가운데 86.4%(19곳)에 이르렀다. 총수 본인이 이사를 맡은 지주회사 비율도 63.6%(14곳)로 높았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의 회사를 살펴보면 분석 대상 217곳 가운데 65.4%(142곳)으로 집계됐다. 규제를 교묘하게 피한 사각지대 회사의 비율도 27.9%(93곳)으로 높은 편이었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공익법인을 보면 분석 대상 152곳 가운데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 비율이 78%(59곳)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이 14곳에 이르렀고 총수 2세나 3세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회사 등에 이사로 등재된 사례가 집중적으로 많았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이사회들도 내부 감시의 기능을 강화하는 장치를 도입했지만 실제 효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기업집단 56곳의 소속 상장회사 253곳을 분석한 결과 2017년 4월30일부터 2018년 5월1일까지 이 회사들의 이사회에 성장된 안건 5984건 가운데 99.5%(5958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히 내부거래와 관련된 안건 810건은 단 한 차례도 부결되지 않았다.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소수주주권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회사의 의결권 행사 등에 사용되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을 강화하고 투자를 받은 기업의 가치도 높이는 수단으로 쓰인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2017년 4월30일부터 2018년 5월1일까지 기업집단의 소속 상장사 211곳의 주주총회에서 1362건의 안건 의결에 참여했다. 이들이 의결권 있는 주식과 비교해 행사한 의결권 비율은 73.8%로 집계됐다. 찬성은 89.7%, 반대는 10.3%였다. 

공정위의 지배구조 분석 대상에 오른 기업집단 26곳만 따로 살펴보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비율은 2017년 71.5%에서 2018년 77.9%로 높아졌다. 특히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이 5.8%에서 9.5%로 상승했다. 

반면 소수주주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인정된 소수주주권은 2017년 4월30일부터 2018년 5월1일까지 열네 차례만 행사됐다. 유형별로 건수를 살펴보면 주주제안권 8건, 회계장부 열람권 3건, 주주총회 소집 청구 2건, 실질주주명부 열람 청구권 1건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에 소수주주권 보호장치가 도입된 비율이 상장회사 전체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기업집단 현황을 계속 분석하고 공개해 시장의 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지배구조를 자율적으로 개편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