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반도체 지원법 미국과 일본에 뒤처져, TSMC 유치해도 원활할지 불투명

▲ 유럽의 반도체 지원 정책이 미국이나 일본 정부의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비교해 결실을 거두기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이 독일에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일본 정부를 뒤따라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성과는 다소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 TSMC의 독일 파운드리 공장 신설이 중요한 결실로 꼽히지만 이마저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3일 “유럽의 반도체산업 육성 목표에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이 가세했지만 인력과 고객사 부족 등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자국 내 반도체공장 유치 계획을 추진하자 이를 뒤따라 430억 유로(약 63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 지급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에서 유럽산 제품의 비중을 현재 10% 안팎에서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러한 정책에 화답해 잇따라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국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인텔에 이어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인피니언과 보쉬 등이 유럽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유럽의 인센티브 규모가 이들 국가와 유사한 수준인 반면 투자 유치 성과는 부진한 셈이다.

TSMC는 미국에 600억 달러(약 82조 원), 일본에 200억 달러(약 27조 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한 반면 독일 파운드리 공장에는 35억 유로(약 5조 원)를 들이는 데 그친다.

인피니온(50억 유로), 보쉬(30억 유로) 등 다른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 규모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문다. 다만 이들 기업은 TSMC 공장에도 일부 자금을 공동으로 투자한다.

닛케이아시아는 반도체기업의 공장 설립 결정에는 정부 지원 이외에 현지 시장 상황과 인력 확보 등 다른 요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현지에서 충분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고 고객사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대규모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독일 드레스덴 지역에 예정된 반도체공장 투자 규모만 놓고 봐도 2030년까지 2만7천 명에 이르는 전문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TSMC가 드레스덴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공장도 이러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유럽 시장 특성상 반도체 고객사 기반이 자동차기업 등으로 제한적이라는 점도 대규모 공장 설립이 쉽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반도체공장 가동을 시작한 뒤 현지에서 충분한 고객사 기반을 마련하지 못 한다면 가동률이 낮아져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유럽연합의 반도체산업 육성 목표와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 계획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유럽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은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늦고 큰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유럽은 반도체산업에 20년 가까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며 유럽연합 차원의 노력이 실제 결실로 이어질 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