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여권이 총선 막바지로 들어서며 ‘한 번만 봐 달라’는 읍소를 거듭하며 냉담한 여론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의대 증원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에 항의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의료계와 대화의 여지를 두며 누그러진 태도를 나타냈다.  
 
정부여당 '야권 200석' 전망에 '읍소+유화' 전략, 총선 막판 판세에 영향 줄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정권심판론’을 희석하려는 의도라며 비판의 날을 더욱 세우고 있는데 정부·여당의 '읍소 및 유화 전략'이 총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날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을 놓고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민심 회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부터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올 정도로 총선을 앞둔 민심이 정부와 여당에게 냉담한 상황이다.

3선 중진인 조해진 의원은 3월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여당이 참패하고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그러나 살길은 있다. 바로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같은 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서울 강동송파 지원유세에서 "여러분에게 '한 번 더 믿어달라'고 하지만 이런 말하는 게 처음"이라며 "한 번만 믿어달라, 한 번만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총선 판세가 갈수록 불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이 대두되며 PK(부산·경남)와 서울, 수도권의 격전지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대거 패배한다면 범야권 200석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에서 나온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3월 31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야권에서 200석 얘기가 흘러나오고 ‘3년은 너무 길다’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는 데도 역풍이 안 분다는 건 여권이 굉장히 긴장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리얼미터가 3월 28일과 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무선(97%)·유선(3%)·임의전화걸기(RDD)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 지지율도 1.7%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각각 0.3%포인트, 1.8%포인트 올랐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윤 대통령도 3월31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2024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석해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국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에선 국민의힘의 읍소 전략을 '악어의 눈물'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여당 '야권 200석' 전망에 '읍소+유화' 전략, 총선 막판 판세에 영향 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31일 인천 계양구 서운동성당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월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이 사람들 분명 단체로 몰려나와서 잘못했다, 반성한다, 이러면서 큰절하고 그럴 건데 지금까지 수없이 그래 놓고 한 번도 바꾼 일이 없다”며 “그들(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거나 국회 1당이 되는 순간이 오면 이 나라는 걷잡을 수 없으니 절대 속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대화의 여지를 열어 두면서도 의대 증원은 국민을 위한 일이기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자 태도를 바꾸는 ‘반전’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애초 0의대 증원 외에 물가나 여러 정치 현안에 관한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일각의 예상도 있었으나 담회에는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의대증원 정원 뿐 아니라 정부의 건전재정과 건폭(폭력적 건설노조) 단속의 성과 등을 강조하며 정부의 기존 정책기조가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의대증원 문제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총구를 돌리고 공격을 할 시기가 아니라 물가관리에 실패한 것에 반성하고 어떻게 해야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었다”며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개탄했다”고 꼬집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통해 의료대란을 막고 대화의 물꼬를 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역시 마이동풍(馬耳東風) 정권임을 확인시켜주는 담화였다”고 혹평했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대국민담화가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윤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했다.

이에 국민의힘의 최근 ‘읍소’ 전략이 이번 윤 대통령의 담화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함께 읍소를 해도 총선의 ‘정권심판론’ 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상황에 윤 대통령이 그동안 정부의 정책기조를 옹호하는 태도를 유지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SBS 뉴스브리핑에서 대국민담화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 “국민들이 원하는 건 대통령의 태도 변화였다”라며 “어떤 일을 할 때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