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피해 방치한 금융당국 감사를", 홍콩ELS 피해자모임 이번엔 감사원 향했다

▲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과 공익감사 청구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종로 감사원 앞에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고위험 금융상품 대규모 손실 반복 금융당국이 책임져라.” “금융소비자 피해 방치한 금융당국 감사하라.”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은 15일 오전 비바람이 눈바람으로 바뀐 궂은 날씨에도 서울 종로 감사원 앞에 서서 이렇게 외쳤다. 이들은 1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토론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번엔 감사원 앞에 모였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손실이 확정되고 있는 H지수 ELS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길성수 H지수피해자모임 대표가 감사원 정문 앞에서 감사청구 취지를 밝히며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H지수ELS피해자모임 30여 명은 굵어지는 빗줄기에도 각기 우비와 우산을 쓰고 뒷자리를 지켰다.

그는 “침해 당한 권리를 되찾고 그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배상받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누구로부터도 상식적이고 구체적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공공기관의 잘못을 바로잡게끔 지도감독할 수 있는 감사원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공익감사 청구는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부당하거나 위법해 공익을 해쳤다고 판단될 때 18세 이상 국민이나 시민단체 등 자격을 갖춘 사람이 특정 사안을 두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은행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이번 ELS 사태 발단에 책임이 있는 만큼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H지수 ELS 가입자들이 내세운 금융당국의 과실은 크게 '파생상품 판매 허용'과 '감독 부실' 두 갈래로 나뉜다.

 
[현장]"피해 방치한 금융당국 감사를", 홍콩ELS 피해자모임 이번엔 감사원 향했다

▲ 공익감사 청구인들이 청구장을 제출하러 이동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원금 보장 상품 중심으로 취급하고 있는 은행에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한 금융당국의 부당한 업무 처리가 이 사태의 시발점”이라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했다. 다만 은행권의 건의 등을 받아들여 고위험 ELS 상품 조건부 판매는 허용했다.

피해자모임은 금융당국이 고위험 상품 판매를 승인하면서 감독강화 지침을 내놨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당국이 DLF사태 이후 정례화를 약속한 ELS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는 2022년 11월 처음 열렸고 지난해 8월과 9월 두 번 더 해서 지금까지 3번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그 내용도 피해자 구제나 배상 문제가 아니라 판매사 걱정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장]"피해 방치한 금융당국 감사를", 홍콩ELS 피해자모임 이번엔 감사원 향했다

▲ 제출된 감사청구서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유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은행 감사를 책임지는 상임감사위원 자리가 금감원 고위직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익감사 청구서를 작성한 김희성 법무법인 코리아 변호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5대 은행 상임감사위원 5명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며 “금감원이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원인이 이런 이해충돌에 기인하는지 혹은 청탁금지법이나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있는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책임론은 결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올해 업무계획을 내놓으면서 책임을 도외시하는 금융사는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툭하면 금융사 문제를 이야기해 ‘관치금융’을 논란을 야기하는 금융당국이 자신들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며 “이복현 금감원장의 말에 따르면 퇴출돼야 할 곳은 금감원이다”고 비판했다.

홍콩H지수피해자모임은 이번 감사 청구를 통해 금감원을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6일부터 ELS 판매금융사를 상대로 2차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공익감사 청구 절차는 통상 짧으면 1년, 길게는 2~3년까지도 걸린다. 감사원은 DLF사태 때는 2019년 11월 청구 접수 뒤 3달 만에 공익감사 절차에 착수했고 2020년 7월 결론이 냈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의 사모펀드 감독 활동에 전반적 업무 태만이 있었다고 봤다. 총 45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하고 징계 3건과 주의 18건, 통보 24건 등의 처분을 내렸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