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오픈AI와 MS가 저작권 침해" 고소, AI챗봇 개인정보 이어 저작권 약점도 노출

▲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앞을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대표적 신문사인 뉴욕타임스(NYT)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뉴욕타임스의 기사들을 무단으로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했고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결과로 제시해 언론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다. 

챗GPT는 과거에도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 일시적으로 서비스가 중단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저작권 소송까지 당하면서 약점을 계속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자사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미국 연방지방법원 뉴욕 남부지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미디어' 코너에 게재했다.

소를 제기한 이유로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챗GPT와 빙(Bing)챗을 기계학습(머신러닝) 시키는 과정에서 뉴욕타임스의 콘텐츠 수백만 개를 무단으로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점이 지목됐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인터넷에 올라온 방대한 양의 언어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학습한 후 문장 형식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기술이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학습 데이터에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포함시켰기에 저작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사와 함께 공개한 소장에서 뉴욕타임스는 인공지능 챗봇이 잘못된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답하는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을 일으켜 뉴욕타임스의 신뢰도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소장에서 “독립적인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며 이를 유지하는 작업에는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며 “피고인들은 저작권이 있는 수백만 개의 뉴스 기사를 불법적으로 사용해 인공지능 챗봇을 만들면서 뉴욕타임스의 언론 서비스 제공 능력을 위협한다”고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또한 “수십억 달러의 책임을 피고에게 묻고자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구체적인 소송 가액을 제시하시는 않았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오픈AI와 MS는 인공지능 챗봇을 유료화하면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오픈AI는 2023년에만 15억 달러(약 1조9374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에 따르면 오픈AI는 기업가치가 9백억 달러(약 115조9276억 원) 이상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NYT "오픈AI와 MS가 저작권 침해" 고소, AI챗봇 개인정보 이어 저작권 약점도 노출

▲ 11월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SVN 웨스트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의 날 행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92% 그리고 주간 활성 이용자수 기준 1억 명이 챗GPT를 사용한다는 내용의 화면이 띄워져 있다. < OpenAI >

인공지능 챗봇은 글로벌 시장에 ‘대세’로 자리잡았다. 오픈AI는 2022년 챗GPT-3.5를 세상에 선보인지 1년여 만에 시장에서 ‘체인지메이커’로 떠올랐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1월6일 개발자의 날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92%가 기업용 유료모델로 챗GPT를 사용한다. 1주일에 1회 이상 서비스를 사용한 주간 활성 사용자(WAU) 숫자도 1억 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크게 늘고 주요 기업들도 다수 활용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포함한 여러 문제점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이 가운데 하나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당국은 챗GPT가 유럽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한 달여 동안 서비스 접속을 차단시켰다. 

당시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에 따르면 오픈AI가 사용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 다른 사용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내용이 포함됐다. 이때 신용카드 정보 등 개인 금융정보까지 고스란히 노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언어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이를 다른 사용자들에게 보여줬던 셈이다. 

뉴욕타임스라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 저작권 위반을 이유로 직접 소송을 걸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저작권 문제까지 인공지능 챗봇이 가지는 약점이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소송은 주요 언론사가 인공지능 챗봇을 운영하는 기술기업에 제기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소송의 향방에 따라 다른 언론사들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6월18일자 기사에 따르면 오픈AI와 MS등 인공지능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술 기업들은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다수의 언론사들과 저작권 문제를 가지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 언론사의 임원이 한 발언을 인용해 “언론사들은 연간 최대 2천만 달러(약 258억510만 원)의 저작권료를 받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2천만 달러는 뉴욕타임스가 2022년 한 해 동안 유료구독으로 거둔 매출액인 9억7900만 달러(약 1조2608억 원)의 2% 수준이다.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의 리처드 토펠 전 대표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일부 언론사가 인공지능 기업들과 협상할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언론사는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뉴욕타임스가 인공지능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소송을 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