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소수 독점 우려, AI기업 권한 집중 방지 움직임

▲ 인공지능 기술이 소수 인물과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연어처리(NLP) 분야 권위자인 최예진 워싱턴대 교수도 이를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만 쳐다봤던 일주일이 올트먼 CEO의 복귀로 일단락됐다.

소수의 인물과 기업이 오픈AI에 너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 또한 확인됐다. 오픈AI는 챗GPT를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업계 판도를 바꾸곤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영향력이 큰 기업이지만 올트먼 해임과 복귀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권이 소수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6일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 CEO를 해임했다가 철회한 결정을 두고 소수 인물과 기업이 주요 기술을 좌우하는 데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지시각으로 23일자 보도에서 “오픈AI 내부 반란은 사회를 형성하는 플랫폼 기술을 소수가 결정한다는 보여주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으킨다”고 전했다. 

오픈AI는 최근 개발자회의에서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92% 이상이 챗GPT를 사용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인공지능 판에서 영향력이 큰 ‘플랫폼 기술’ 업체다. 영향력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애플과 비견된다는 평가도 있다. 

오픈AI 이사회는 지난 17일 올트먼 CEO를 기습적으로 해고했다. 이사회는 6명으로 구성됐지만 샘 올트먼과 그레그 브룩먼 전 이사회 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4명이라는 적은 인원이 결정했다.  

공식 사유는 올트먼 CEO가 이사회와 소통에 진실되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구체적인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류를 위협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라는 23일자 로이터의 단독 보도도 있었지만 오픈AI측에서는 부인했다. 

챗GPT를 출시하고 세계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던 기업의 CEO가 구체적인 해고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채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던 것이다. 

미국 벤틀리 대학교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노아 지안시라쿠사 교수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은 민주화되고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소수의 사람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CNN은 현지시각으로 21일자 보도를 통해 오픈AI에 최대 투자자이자 협력사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도 해고 사실을 발표 직전에서야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인공지능 기술 소수 독점 우려, AI기업 권한 집중 방지 움직임

▲ 5월18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미국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픈AI는 민간 기업이라 미국 연방 규제 당국이나 주주에게 의사결정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 

CNN의 지적은 인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을 두고 소수의 인사가 폐쇄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우려일 수 있다. 

CNN은 “오픈AI 이사회는 비밀리에 많은 작업을 수행했다”며 “그들의 결정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지 대중은 알기 어렵다”라고 보도했다. 

CNN의 보도와 지안시라쿠사 교수의 분석은 인공지능 기술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지적한 한국계 교수의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최예진 미 워싱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6일 빌 게이츠와 팟캐스트 대담에서 “소수의 기업에 인공지능 기술 권한이 집중되는 상황은 건강치 못하다”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최 교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인공지능 과학을 이 사람 이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소개할 정도로 신뢰하는 학자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소수의 큰 기업들에 집중되는 현상을 짚었다. 

현지시각으로 21일 워싱턴포스트는 인공지능 기술에 통제권이 소수의 실리콘벨리 기업들에 지나치게 집중됐다고 보도했다. 

챗GPT의 기술 기반인 생성형 인공지능은 막대한 컴퓨팅 연산 사양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이를 감당할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운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운영하려면 대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 여러 대로 구성된 데이터센터가 필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를 이미 갖춘 소수의 기업만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이유다.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윤리적 고민 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업계 판도로는 소수의 기업과 인물에 권한이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20곳의 미국 소비자단체가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에 인공지능 기업들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기술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근호 기자